'보완수사권' 딜레마에 민주당, 사분오열…당권경쟁도 '시끌'
입력 2026.07.21 06:30
수정 2026.07.21 06:30
'홍기원發 형소법 개정안'에 與내홍 폭발
강경파 "검사에게 보완수사권 안줄 생각"
소신파엔 문자 폭탄·인격 모독 등 쏟아져
'전대 현안'으로 부각…21일 의총 분수령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가 사분오열하고 있다. 단순 찬반을 넘어 인격적인 모욕까지 등장하며 분열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8·17 전당대회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강성 당심을 노린 당권주자들의 선명성 경쟁으로 인해 보완수사권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단 지적까지 나오는 만큼, 향후 이 문제가 당을 뒤흔들 우려까지 제기된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의 완성은 검찰 권한 축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체계를 만드는 데에 있다"며 "내일 정책 의총(의원총회)을 열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간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피해자 보호와 국가의 수사 역량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충실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의총에서 다뤄질 핵심 사안은 한 직무대행이 언급한 검찰개혁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완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동안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보완수사권의 완전폐지를 추진해왔다. 정부 역시 국무총리 산하에 검찰개혁추진단까지 출범시키면서 보완수사권의 폐지에 드라이브를 걸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여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은 최근 당내에서부터 막히는 모양새다. 발단은 경찰의 수사 은폐·축소 의혹이 불거진 장윤기 사건이다. 해당 사건에서 경찰의 의혹을 밝혀내는데 검찰이 발동한 보완수사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건 등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고민정·곽상언·김남희·모경종·문진석·민홍철·박균택·박희승·이소영·주철현 등 민주당 의원 10명도 해당 개정안의 공동발의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들의 우려는 여론조사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100% 전화면접 방식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61%가 '경찰 견제·부실수사 방지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소·수사 분리 원칙에 따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였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유지 의견이 46%로 폐지(39%)보다 높았다. 진보층에서도 유지가 46%로 폐지(42%)를 소폭 상회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당내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 주장이 강력한 비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공소청법이 만들어질 때 이미 (검사의) 수사권이 삭제됐기 때문에 그것이 당론이라고 보면 된다"라며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안 줄 생각"이라고 못을 박았다. 사실상 당내 이견을 원천 차단한 발언이다.
문제는 일부 존치를 주장한 의원들을 향한 날선 반응이 비판 수준을 넘어 모욕 수준으로 격화되고 있단 점이다. 민주당 8개 당원 단체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 의원의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 10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해당 개정안은 예외적으로 수사권을 주자고 하며 해당하는 사건을 열거한 후 등을 붙였고, 해당하는 피해자를 열거한 후 또 등을 붙였다"며 "'등'으로 장난치지 말고 (대선) 공약을 지켜라"라고 촉구했다.
이후 해당 10명 의원들은 강성당원들로부터 문자폭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권주자인 고민정 의원은 이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보완수사권 존치 목소리를 낸 이후 문자폭탄을) 많이 받는다. 요새 문자는 거의 열어보지도 못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보미, 정청래, 김민석, 고민정, 송영길 당대표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역시 개정안의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김남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의 일부 존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올린 글에 '미친X'이라는 욕설이 섞인 댓글을 마주하기도 했다. 해당 댓글을 작성한 이는 민주당 소속으로 정읍시장 예비후보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이렇게 살지 말자. 공론의 장을 이렇게 지저분하게 만들고 토론을 욕설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민주당의 정신인가"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 문제가 수용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부 존치를 요구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다, 강경파의 주장을 넘어서기가 요원해보인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실제로 김승원·김한규·박상혁·이해식 의원 등이 참여한 민주당 형사소송법 태스크포스(TF)는 검찰에 송치된 사건에 한해 보완수사요구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한 달 안에 이행하도록 하되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직무 배제나 교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른 수사기관이나 중수청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까지 모두 검찰이 다시 살펴보도록 하는 전건송치안도 제시됐다. 경찰이 처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기고 수사가 미흡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를 주장하는 건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한다면 억울한 1%의 피해자도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당내에선 보완수사권 관련 갈등은 이제 첫 발을 뗀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치열해지고 있는 8·17 전당대회의 당권경쟁이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와 직결돼 있단 시각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여전히 강성당원 사이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만큼, 이 이슈가 당심 확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정청래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최근 의총에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 있었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놀랐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보완수사권 폐지는 안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주장을 절대다수가 한다"며 "도대체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의원들도 느끼고 당원들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 동안 '보완수사요구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송영길 의원도 이날 유튜브 방송 백운기의 정어리 TV에 출연해 '일부 존치로 의견을 바꿀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보완수사권이) 당 내부의 분열의 소지가 됐다"며 "이미 김민석 후보도 정부 안으로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보완수사요구권으로 대체하겠다고 얘기까지 했지 않나. 당의 분란을 (종식) 하기 위해서 (김 전 총리가) 이번에 정리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 전 대표와 김 전 총리를 동시에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 문제(보완수사권 폐지)가 전대 이전에 끝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한게 너무 많다"며 "사안 자체가 자극적인데 반발까지 나오니 전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