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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달라진 최태원의 자본주의론…'의구심'서 '망각'으로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7.20 10:54
수정 2026.07.20 11:00

민주주의·자본주의 '두 바퀴' 비유로 시스템 불균형 지적

6년 재계 수장 임기 마무리하며 문제의식 압축해 던진 셈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한국 경제의 AI 성장을 위한 어젠다’를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대한상의

1년 전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의구심'을 제기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번에는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라는 경제 시스템 자체를 잊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3월 대한상의 회장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6년간 재계 수장으로 활동하며 쌓아온 경제·사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한층 강한 어조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최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정치 시스템은 민주주의, 경제 시스템은 자본주의로 돌아가는데 사람들은 가끔 자본주의라는 걸 완전히 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양쪽 바퀴에 비유하며 "한쪽 바퀴가 안 돌고 있으니 덜커덕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내년 3월 대한상의 회장 임기를 마친다. 2021년 3월 취임해 2024년 연임한 최 회장이 6년간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수장을 맡아온 임기 막바지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번 진단은 그동안 쌓아온 문제의식을 압축해 던진 메시지로 읽힌다.

"성공 방정식 바꿔야"에서 "자본주의를 잊었다"로

지난해 7월 대한상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최 회장은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사회를 잘 작동시킬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며 기존 성공 방정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기업이 돈을 버는 데 집중하도록 자본주의 시스템이 설계되면서 다른 사회적 가치가 등한시됐다는 문제의식 아래, 사회적 가치를 경제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개선'을 촉구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1년 뒤 나온 이번 발언은 결이 달라졌다. 지난해 자본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면 올해는 민주주의와 함께 한국 사회를 지탱해야 할 자본주의라는 한쪽 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자본주의의 '성공 방정식'을 바꿔야 한다는 개선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경제 시스템의 불균형을 경고한 셈이다.

같은 자리에서 쏟아낸 발언들…결국 '제도 개혁론'

최 회장은 같은 간담회에서 제조업 위기와 성장·분배 문제부터 반도체 가격과 공급,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성과급, 주52시간제까지 폭넓게 언급했다.


각각 다른 현안이지만 발언의 밑바탕에는 성장을 통해 분배 문제를 해결할 여력을 만들고 기업과 개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최 회장의 '두 바퀴론' 역시 이런 인식을 압축한 표현으로 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5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대한상의
재계 수장 마지막 시즌에 남긴 메시지

최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대한상의 회장 퇴임 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 등판설에도 거리를 뒀다.


그는 "경제단체를 하는 일보다 제가 더 포커스를 해야 되는 일 비중이 커지고 그래서 (재계를 대표하는) 제 목소리는 내년 이후가 되면 아마 그렇게 많이 듣지는 못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를 대표해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역할에서 한발 물러날 가능성을 스스로 내비친 셈이다. 내년 3월 대한상의 회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이 최근 잇따라 내놓은 경제·사회 시스템에 대한 발언에도 무게가 실린다.

다른 경제단체들도 잇달아 '제도 변화' 주문

비슷한 시기 다른 경제단체들도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최근 국민의힘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낡은 노동 관련 법·제도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법 2·3조와 관련해 사용자의 방어권을 보완하고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기보다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정치권에 전달했다.


한경협도 지난 5월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와 AI 학습데이터 이용 면책 조항 마련, 주차로봇 아파트 설치 허용 등을 포함한 '2026 규제개선 종합과제' 100건을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 기존 산업 중심의 낡은 규제가 신산업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최 회장의 '자본주의 두 바퀴론'과 손 회장의 노동시장 제도 개선 요구, 한경협의 신산업 규제 완화 건의는 강조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존 제도로는 저성장과 산업 대전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재계의 공통된 위기의식을 드러낸다. 재계 수장들이 잇따라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최 회장이 던진 '자본주의 망각'이라는 화두가 남은 임기 동안 어떤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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