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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야구 스코어?’ FIFA 월드컵 3위 결정전 무용론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7.19 09:29
수정 2026.07.19 09:30

다시 무용론이 고개 든 FIFA 월드컵 3~4위전. ⓒ AP=연합뉴스

잉글랜드가 라이벌 프랑스를 제압했으나 FIFA 월드컵 3위 결정전 무용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잉글랜드는 19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3위 결정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부카요 사카의 활약에 힘입어 프랑스를 6-4로 이겼다.


3위로 대회를 마친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 대회 우승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전까지 최고 성적은 2018 러시아 대회 4위였다.


숫자만 보면 명승부처럼 보인다. 야구를 연상케 하는 6-4 스코어, 킬리안 음바페의 개인 기록 달성, 주심의 갑작스러운 근육경련 해프닝, 사카의 원맨쇼와 우스만 뎀벨레·주드 벨링엄 등 양 팀 슈퍼스타들의 릴레이 골까지 자극적인 요소가 총출동한 한 판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 어김없이 '왜 이 경기를 해야 하는가'라는 3위 결정전 무용론이 반복되고 있다.


토너먼트 스포츠 대회에서 3위 결정전은 결승 진출이 좌절된 두 팀이 최종 순위를 가리기 위해 치러진다.


물론 3위 결정전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올림픽·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 결정전'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메달 색깔에 따라 선수 커리어가 바뀌고 국가적 포상, 병역 혜택 같은 실질적 보상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축구 아시아 예선을 겸하는 AFC U-23 아시안컵도 마찬가지다. 3위까지 본선 직행권이 주어져 준결승 패자들에게 3위전은 결승 못지않은 단두대 매치가 된다. 다른 종목이나 하위 세계 대회에서도 3위에 상위 대회 시드권·진출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음바페의 골 기록 등이 작성됐으나 친선전처럼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 AP=연합뉴스

반면 FIFA 월드컵의 3위 결정전은 현실적 실리와 명분이 사실상 없다. 월드컵 역사에서 3위전이 없었던 것은 1930년 우루과이, 1950년 브라질 대회뿐이다. 그 외엔 FIFA가 흥행과 중계권 수입을 위해 이 제도를 유지해왔다.


정작 선수들에게 3위와 4위의 차이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기준 FIFA 상금은 3위 팀 2900만 달러(약 400억 원), 4위 팀 2700만 달러(약 373억 원)로 차이가 크지 않다. 지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다.


현장의 축구인들도 오래전부터 이 경기에 거부감을 드러내 왔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를 이끈 루이 판할 감독은 3위전을 앞두고 "이 경기는 절대 치러져선 안 된다. 10년 전부터 주장해온 일"이라며 "스포츠에서 가장 공정하지 못한 경기다. 4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마지막 두 경기를 연속 패해 패배자로 낙인찍힌 채 돌아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직전 대회인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 돌풍을 일으킨 모로코의 왈리드 레그라귀 감독도 크로아티아와의 3위전을 앞두고 "냉정히 말해 3·4위전은 '위로상'에 불과하다. 준결승 탈락 직후 또 경기를 치러야 하는 건 심리적으로 엄청난 고문"이라며 선수들의 허탈감을 대변했다.


현대 축구의 표준을 이끄는 UEFA는 진작 이를 깨달았다. UEFA 유로는 1984년 대회부터 3위 결정전을 폐지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각국 컵대회도 준결승 탈락 팀들에게 패자부활전 성격의 경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패자는 짐을 싸고, 승자는 결승에만 집중한다.


이번 잉글랜드-프랑스전도 3·4위전 폐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동기부여를 잃은 양 팀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이나 전술을 내려놓았다. 월드컵 특유의 긴장감과 수비 밸런스는 찾아볼 수 없었고, 느슨한 공방만 이어졌다.


'득점 몰아주기' 분위기 속에 자선 경기나 올스타전을 보는 듯한 풍경이 연출됐다. 팬들은 골 잔치에 잠시 즐거웠을지언정 월드컵다운 몰입감은 느낄 수 없었다.


선수 혹사 문제도 심각하다. 유럽 클럽 대항전과 자국 리그로 이미 체력이 바닥난 선수들에게 한 달 가까운 월드컵 막바지 한 경기는 부상 위험을 높인다. 명분도 실리도 없이 부상 위험만 키우는 경기를 '중계권 장사'를 위해 강행하는 FIFA의 상업주의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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