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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공’ 지키는 2030…"기성정치 불신하지만 참정권 침해엔 분노" [Now 2.30]

이수현기자 (jwdo95@dailian.co.kr), 진현우 기자, 김주혜 기자
입력 2026.07.21 06:00
수정 2026.07.21 09:07

핸드볼경기장 일대 참정권 침해 규탄 집회 장기화

'원인 제공' 중앙선관위·'축소 및 방관' 정치권에 분노

"투표권, 민주주의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뿌리"

'국민 주도 특검 서명'…직접 집단행동에 나서는 청년도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용지가 없어서 투표를 못 한다는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올림픽공원 참정권 수호 집회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A(28)씨의 발언에는 지난 6·3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벌어진 참정권 훼손 문제를 바라보는 2030 세대의 시각이 응축돼 있었다. 집회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청년들의 참정권 문제 제기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이번 참정권 침해 규탄 집회는 본투표 당일이었던 지난달 3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등 일선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촉발됐다.


청년들을 비롯해 이 사태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잠실7동 제 2투표소 앞을 봉쇄하며 항의하다 투표함이 개표를 위해 인근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옮겨지자 경기장 앞에서 한 달 반 넘게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공정한 참정권 보장 안 된 상황이 가장 큰 문제


특히 이번 집회에서 가장 주목되고 있는 부분은 기성정치를 불신하던 2030세대가 '공정'과 '기본권' 훼손에 분노하며 거리로 모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정치권의 행태에 실망할 때도 많았지만 '투표할 권리'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뿌리인 만큼 거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취업준비생 B(27)씨는 "21세기에 우리나라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국민이 자신의 손으로 우리를 대표할 사람을 직접 선택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데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갔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평소 투표를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는 직장인 최두홍(32)씨는 "부실선거 논란이 사실이라면 국민의 참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 목소리를 내러 나왔다"며 "국민이 선거 결과를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치에 실망할지언정 투표할 권리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뿌리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공정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의 청년들은 참정권 훼손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와 이를 축소하고 방관하려는 정치권의 행태에 강한 불신과 분노를 쏟아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는 직장인 박 모(31)씨는 "투표하러 갔는데 투표용지가 없어서 못 한다는 일은 일찍이 들어본 바 없다"며 "완벽하게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선거 준비를 한 선관위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박 씨는 "기사를 통해 선관위 직원들이 몰디브 대선에 참관하고 찍어온 사진을 봤는데 몰디브 갈 시간과 돈이 있으면 투표용지나 더 뽑아놓으라고 하고 싶다"며 선관위의 잦은 해외 출장과 기강 해이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직장인 전 모(31)씨 역시 "과거 소쿠리 투표 등 논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점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견제받지 않는 선관위의 무능과 태만에서 비롯된 참정권 훼손 사태”라며 "선거 기간에 휴가를 쓰는 행태는 정말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참정권 침해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무역상사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이기수(32)씨는 "잘못한 것이 없다면 스스로 근거를 통해 밝히면 될 일을 왜 감추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나의 투표와는 무관하게 개표가 진행될 수 있겠다는 의심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정황상 실제로 부정 선거가 있었을 수 있겠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생겼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 모(29)씨는 "실망을 넘어 정치권이 과연 우리 시민들의 보편적인 권리를 염두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화나고 두려워졌다"며 "선관위는 자체 감사 등의 방식으로 빠져나가지 말고 모든 조치에 적극 협조하길 바라고 소속 인원들에 대한 엄중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행동 나서는 청년도…"투명한 특검 필요"


2030세대들은 단순한 분노와 불신을 넘어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과 선거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으로 나아갈 태세다.


집회 현장에서 '국민 참정권 수호단'이라는 이름으로 국민 주도 특검 서명 운동에 나서고 있는 창업준비생 이 모(30)씨는 서명 운동의 배경에 대해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같이 나와서 함께 해야 하는 일인데 그러지 못해서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더욱더 많은 국민이 참여하고 특검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80여명이 모여 이미 1만5000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여당은 본인들이 특검을 주도하겠다고 하다가 제 3자 특검을 하자는데 그것도 결국에는 본인들이 하겠다는 얘기"라며 "야당도 있는 마당에 무슨 여당 주도로 특검을 하는가. 국민이 원하는 사람을 특검보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C(24)씨도 "선관위원장 출신이라든지 선관위와 연관이 있었던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아닌, 투명한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정권 보장을 외치는 청년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정치권과 선관위가 모든 절차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잃어버린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를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대학원생 D씨는 “민주주의는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변화했지만 여러 과도기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함께 만들어 온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만큼, 국민의 의문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관련 기관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지난달 4일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전날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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