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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응급의료 붕괴 막아라"…의사과학자가 꺼낸 AI 해법 [내일의 닥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7.17 04:00
수정 2026.07.17 04:00

허세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인터뷰

구급대원 의사결정 돕는 하이브리드 AI 개발 진행

“중증도 예측부터 병원 선정까지…응급의료 현장 지원 목표”

“연구는 의료현장에서 완성…의사과학자 지원 확대돼야”




‘내일의 닥터’는 의료산업의 혁신 흐름을 읽습니다. AI·로봇·데이터가 바꾸는 병원 생태계,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끄는 기술·정책·시장 트렌드를 심층 분석합니다.



허세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7월 1일 데일리안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 응급환자는 경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진과 구급대원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입니다.”


허세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개발 중인 ‘소아 응급환자 이송 보조 인공지능(AI) 시스템’(HAPES)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의사과학자인 그는 소아 응급환자의 중증도 평가와 병원 선정, 상태 예측 등을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AI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응급의료 현장의 의사결정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소아 응급의료의 빈틈 메울 AI

연구는 소아 응급의료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성인과 달리 소아 응급환자는 구급대원이 실제 경험하는 사례가 적고, 연령과 체중에 따라 정상 활력징후와 처치 기준이 달라 중증도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송 거리도 상대적으로 길어 환자 상태를 평가하고 적절한 병원을 선정하는 과정 역시 현장의 큰 부담으로 꼽힌다.


이송 과정에서 마주하는 상황이 다양한 만큼 구급대원이 필요로 하는 지원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허 교수는 “응급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필요로 하는 지원은 매우 다양하다”며 “의학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것부터 환자 상태에 맞는 병원을 선택하고, 연령과 체중에 따라 달라지는 치료 기구를 신속하게 확인하는 것까지 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해 그는 하나의 AI가 아닌 여러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상했다. 의료 정보를 제공하거나 질문에 답하는 기능은 생성형 AI가, 입원 가능성이나 중환자실 치료 필요성 등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기능은 머신러닝 모델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허 교수는 “거대언어모델(LLM)이 잘하는 영역과 머신러닝이 강점을 가진 영역은 서로 다르다”며 “각 AI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이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실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며 단계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현재 여러 소방서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분석하고 있으며, 현장 데이터와 진료기록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모델 개발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실제 임상 사례를 기반으로 AI 성능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논문 아닌 현장으로…AI의 다음 과제
허세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7월 1일 데일리안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 같은 연구는 허 교수가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2019년 박사과정을 시작하며 AI와 머신러닝을 처음 접했다. 당시 의료 분야에서도 머신러닝이 막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였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진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로 이어졌다.


허 교수에게 연구는 진료의 연장선이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마주한 고민을 연구로 풀어내고, 그 결과를 다시 의료현장에 적용해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는 것. 그는 이러한 선순환이 의사과학자가 의료현장에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소아 응급의료 분야에서 이러한 연구를 이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성인보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연구 기간과 지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소아는 검사 자체도 쉽지 않고 협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개발 과정은 더 어렵지만 보호자들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실제 활용 가능성은 오히려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연구가 논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돼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허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연구과제가 2~3년 단위인데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를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장기적인 연구 지원과 함께 의사와 공학자, AI 연구자가 협력할 수 있는 환경도 더욱 확대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과학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만큼 온전히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의사과학자 양성과 연구 지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허 교수는 후배 의사들에게도 주저하기보다 과감히 도전해보라고 당부했다. 허 교수는 “‘이게 될까’라는 고민은 누구나 하지만 직접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며 “도전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해결책을 만나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두려워하기보다 일단 부딪혀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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