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삶→‘장화홍련’ 재해석, 한국계 작가들이 넓히는 문학 영토
입력 2026.07.15 14:58
수정 2026.07.15 15:01
해외입양인 여성 다룬 '나의 통역사'
한국 설화 재탄생시킨 '우리, 메아리처럼'·'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등
다양해진 한국계 작가들 세계관
한국계 작가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이민자의 삶을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내밀한 속내를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정체성을 탐구하는가 하면, 전통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내며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한국계 덴마크 작가 리 랑그바드는 ‘나의 통역사’를 통해 해외입양인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어린 시절 덴마크로 입양됐던 한 여성이 원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방문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주인공은 함께 온 통역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을 수 년간 반복하며 그와 가족은 물론 통역사와의 정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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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해외입양인인 주인공과 가족의 단절부터 한국전쟁을 경험한 부모 세대와 그들의 딸과 조카 등 가족 3대의 간극도 함께 포착된다. 주인공과 통역사의 관계를 둘러싼 서사도 이 소설의 한 축이지만 ‘통역’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장벽’을 통해 해외입양인의 현실을 아프게 짚는다. 결말까지 어두운 작품은 아니다. 언어의 장벽은 기본, 문화의 차이도, 세대 간의 격차도 있지만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희망을 기대하게 한다.
디아스포라 문학의 연장선이면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출판사는 “재일조선인이나 이민자 1~3세대, 탈북민 등 다양한 디아스포라 서사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주목받은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면서도 “그중 상대적으로 공백으로 남아 있는 해외입양인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의미를 짚었다.
한국 설화를 통해 이민자의 아픔을 은유하는 색다른 시도도 이어진다. 한국계 미국 작가 앤절라 미영 허는 ‘우리, 메아리처럼’에서 저주받은 한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이민자의 삶과 역사, 인종과 정체성 문제를 다뤘다.
한국 설화 속 여자들의 비극과 집안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내는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성의 언어를 쓰는 과학으로 도망쳐 입자 물리학자가 된 엘사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세계 끝자락의 남극 기지에까지 운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자, 엘사는 저주의 사슬을 끊어 내기 위해 옛날이야기 속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디아스포라 문학의 결을 색다른 방식으로 잇는 동시에, “어째서 이야기 속에서조차 희생되는 이는 늘 여성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한국 설화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두 개 문화의 경계에서 신선한 시선으로 작품의 흥미를 배가한 셈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윤지현이 쓴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또한 장화홍련이라는 한국의 설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해안가 작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에서 언니 미래가 익사체로 발견되며 시작되자, 어머니를 잃고 미래에게 의지하던 동생 수진이 금기를 어기고, 집안의 여성들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마법을 사용해 죽은 언니를 되살려내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미래는 난폭하게 변해가고, 오래전 가족을 무너뜨린 진실을 파헤치려는 집착이 잔혹한 복수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통해 ‘장화 홍련’처럼 불온한 운명에 빠진 여성들의 설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메시지는 한국적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 당하고, 장녀라는 이유로 모든 걸 감내해야 했던 한국적 가정의 아픔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앞선 작품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전통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이민자의 삶과 역사, 인종과 정체성 문제를 가미해 깊이를 더했다.
한국계 작가들의 이 같은 장점이 그들의 가능성을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을 넘어, 독창적인 시선을 가미하는 시도에 독자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적 서사라는 단단한 발판 위, 그들의 다채로운 시도가 또 어떤 흥미를 선사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