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무분규 기록 깨질까…배당·직고용 갈등 겹친 포스코 노사
입력 2026.07.10 14:44
수정 2026.07.10 14:44
노조 쟁의투표 92.2% 찬성으로 가결
홀딩스 배당·협력사 직고용에 노조 불만 누적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포스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장기간 무분규 사업장으로 꼽혀왔지만, 올해는 임금 및 단체협상 초반부터 쟁의 절차가 추진되며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10일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 노동조합은 지난 8~9일 실시한 2026년 단체교섭 관련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투표율 97.1%, 투표 조합원 기준 찬성률 92.2%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단순한 찬반의 결과를 넘어, 현장 조합원들이 얼마나 절박한 마음으로 이번 교섭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결과”라며 “노동자들은 회사를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지고 오래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포스코 노사는 지난 6월 12일 상견례 이후 현재까지 세 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통상 임단협 교섭에서는 노사가 일정 기간 요구안을 통해 쟁점을 좁힌 뒤 조정과 쟁의 절차로 넘어가지만, 이번에는 세 차례 교섭 만에 투표가 진행되면서 초반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노조가 이번 입장문에서 전면에 내세운 것은 물적분할 이후 경영 구조와 위기 분담 방식에 대한 불만이다. 노조는 “포스코가 1995년 이후 역대급 경영 위기를 언급하며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포스코홀딩스로 이전되는 배당금 기준은 충분히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 위기 속에서도 현장 경쟁력 강화에 쓰여야 할 재원이 지주사로 이전되는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희생만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당 문제는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노조가 꾸준히 제기해 온 쟁점이다.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에 지급한 배당금은 2024년 8880억원, 지난해 5274억원이다. 지난해 배당 규모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가 종속기업에서 받는 배당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조가 배당 기준 공개와 고통 분담 요구의 형평성을 문제 삼는 배경이다.
임금·복지도 교섭의 핵심 쟁점이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 5월 기본급 7.1% 인상과 임금의 600%에 해당하는 일시금, 복지·대부 제도 개선 등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노조는 “반도체 등 타 산업의 높은 처우로 우수 인력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며 “포스코와 같은 장치 산업은 숙련된 현장 기술력이 곧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협력사 직원 직접 고용 문제는 이번 교섭 갈등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지난 4월 포항·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소속 현장 직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2011년부터 이어진 불법 파견 소송과 원·하청 구조 문제를 해소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줄여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해왔다.
현재 직고용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는 사내 하청 직원을 대상으로 채용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채용을 마무리한 인원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원료 하역 업무를 담당하는 포트엘 직원 90명을 채용한 것을 시작으로 전환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직고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회사가 충분한 사전 협의와 공감대 형성 없이 계획을 추진했다고 반발해왔다. 노조는 대규모 인력이 본사 직영으로 편입될 경우 기존 조합원 처우와 근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경영진의 공식 사과, 기존 조합원에 대한 보상 방안, 복지 등 인프라 투자 대책, 합리적인 직고용 체계 구축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투표가 곧바로 파업 수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조는 앞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해당 절차는 조정중지가 아니라 노사 간 추가 협의를 주문하는 행정지도 결과로 마무리됐다.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려면 조합원 찬반투표와 별도로 중노위 조정 절차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와야 한다.
노조 또한 쟁의행위가 목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성호 포스코노동조합 위원장은 “쟁의행위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며 “노동조합은 앞으로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