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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크림 빗장 풀렸다…국내 ODM·인디브랜드, 새 먹거리 잡나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7.08 07:33
수정 2026.07.08 07:33

베모트리지놀 승인…미국 선케어 규제 완화

국내외 겸용 제품 개발 가능성 확대

ODM·인디브랜드·유통 채널 사업 기회 확대

공급망 확보가 시장 확대 관건으로 부상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화장품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뉴시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자외선 차단 성분 사용을 허용하면서 국내 뷰티업계가 미국 선케어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K뷰티 수출의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미국에서 제품 개발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화장품 ODM 업체와 브랜드사의 수혜 가능성이 점쳐진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지난달 9일 일반의약품(OTC) 자외선차단제에 ‘베모트리지놀(Bemotrizinol)’ 성분 사용을 최종 승인했다. 8월 9일 시행될 예정으로, 이후 기업들은 해당 성분을 사용한 자외선차단제를 미국 시장에서 출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자외선차단지수(SPF) 기능이 있는 자외선차단제가 일반 화장품이 아닌 OTC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자외선차단제를 판매하려는 기업은 FDA OTC 모노그래프(품목별 기준)에서 정한 유효성분과 함량, 표시 문구, 제조시설 등을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그간 베모트리지놀은 유럽과 호주, 아시아 등에서는 널리 사용됐지만 미국에서는 활용이 제한됐다. 미국 시장에서는 아보벤존, 옥토크릴렌 등 화학적 자외선 차단 성분과 징크옥사이드, 티타늄디옥사이드 등 무기 자외선 차단 성분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규제 빗장이 풀리면서 미국에서도 베모트리지놀을 함유한 자외선차단제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베모트리지놀은 자외선 A(UVA)와 자외선 B(UVB)를 모두 차단하는 자외선 차단 성분으로, 피부를 통한 체내 흡수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뷰티업계는 베모트리지놀 승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 선크림은 다양한 제형과 촉촉한 사용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이번 조치로 미국 시장에서 제품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고 다양한 제품 개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에서 K뷰티는 성장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증가한 70억달러(약 10조8400억원)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2분기 수출액도 39억달러를 기록해 1분기(31억달러)보다 25.8% 늘었다.


그 중에서도 미국 시장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미국이 14억5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20.7%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다. 미국은 지난해 처음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에 오른 이후 상반기에도 선두를 차지했다. 미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5% 증가했다.


아누아 어성초 실키 모이스처 선크림 50ml 연출 이미지. 이 선크림은 국내 판매용으로 베모트리지놀이 함유되어 있다.ⓒ더파운더즈

이에 국내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다국적 화장품 기업들의 프리미엄 선케어 수주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상위 인디 브랜드들의 제품 발주 물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에는 국내 판매 제품에 미국 미허용 자외선 차단 성분이 포함된 경우, 미국 수출용 제품의 성분을 별도로 재설계해야 했다. 사실상 새로운 제품을 새롭게 개발하는 수준이어서 추가 개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됐고, 제품 출시 일정도 지연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베모트리지놀 성분 허용으로 인해 개발 편의성이 대폭 높아졌다. 현재 K뷰티 브랜드들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겨냥해 사용 성분을 해외 규정까지 고려해 개발하고 있는데, 이번 승인으로 미국용 제품을 별도로 설계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


화장품 ODM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을 위해 별도 제품을 개발할 필요 없이 베모트리지놀을 사용한 국내외 범용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FDA 보도자료에 따르면 30여년 만에 최초 신규 자외선 차단 성분이 통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브영 미국 패서지나점 개점 첫날 매장을 찾아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현지 소비자들ⓒ올리브영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K뷰티 신흥 강자로 떠오른 인디 뷰티 기업들도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더파운더즈(아누아),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 달바글로벌(달바) 등은 베모트리지놀을 활용한 제품 출시가 가능해지면서 미국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K뷰티 선케어의 강점을 미국 시장에서도 온전히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K뷰티 선케어는 피부 부담은 적고 자외선 차단력은 높은 제품 경쟁력을 갖췄지만, 미국에서는 이러한 강점을 충분히 살리기 어려웠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베모트리지놀은 국내 기업들이 오랜 기간 사용하며 제형 설계 노하우를 축적해 온 성분인 만큼, 미국 소비자 취향에 맞는 고기능 선케어 제품을 보다 빠르게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판매 채널도 이번 조치를 반기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을 개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판매 가능한 K선케어 제품군이 늘어나면서 브랜드와 협업한 단독 상품은 물론 PB선케어 제품 기획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초기에는 원료 공급 체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베모트리지놀의 FDA 승인을 신청한 네덜란드 DSM-Firmenich가 시행일인 8월 9일부터 18개월간 미국 내 해당 원료 공급에 대한 독점권을 갖게 되면서, 해당 기간에는 DSM-Firmenich의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더파운더즈 관계자는 “미국은 자외선 차단제를 OTC로 분류해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용 제품과 미국 시장용 제품을 이원화해 개발·운영하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과제였다”며 “단일 성분의 허가인 만큼 즉각적인 변화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품 운영 효율성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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