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황정민·조인성·정호연, '호프'로 한국 블록버스터 새 역사 도전 [D:현장]
입력 2026.07.06 18:34
수정 2026.07.06 18:34
15일 개봉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의 신작 '호프'로 한국형 크리처 블록버스터의 포문을 열었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나홍진 감독과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호프'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조인성·나홍진 감독·정호연·황정민ⓒ뉴시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에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나홍진 감독은 "이번 영화는 액션이 중요한 작품이었던 만큼 안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며 "촬영 1년 전부터 샷 디비전을 짜고 스토리보드와 콘티를 완성한 뒤 이를 어떻게 안전하게 구현할지 스태프들과 오랫동안 논의했다. 준비 과정이 길었던 만큼 현장에서는 계획한 것을 최대한 그대로 실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루마니아에서 총기 촬영을 진행했는데 원래는 프랑스를 통해 총기를 수입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서 연발 사격이 불가능한 총기만 허가를 받게 됐다"며 "루마니아는 러시아식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어 AK 소총은 연발이 가능했고, M16은 단발만 가능했다. 조인성과 상의 끝에 AK를 사용해 연발 사격을 했고 황정민과 정호연은 단발만 가능한 M16을 사용했다. 그 외의 고증은 최대한 맞췄지만 영화적 효과를 위해 실제 총기와 다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나 감독은 영화 제목의 유래를 묻자 "가상의 항구 마을을 만들면서 발음이 비슷한 이름을 떠올리다 '호포'라는 지명을 만들게 됐다"며 "의미도 함께 담고 싶었다"고 답했다.
영화 말미 열린 결말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빈칸으로 남겨둔 부분"이라며 "관객마다 각자의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남겨두고 싶었다. 이후 이야기를 더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중언이 될 것 같았다. 제 나름대로 완결성을 갖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작들과 비교하면 폭력 수위는 오히려 가장 낮은 영화가 될 것"이라며 "마지막 외계인들의 장면은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에필로그다. 영화의 진짜 엔딩은 이미 비극적으로 끝난 상태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캐스팅 비화도 공개했다. 그는 "황정민 씨와는 8~9년 전 다른 작품으로 함께하려다 무산됐다. 이후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계속 황정민 씨를 떠올렸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준비가 모두 끝나 다시 제안했고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범석은 처음부터 황정민을 생각하며 쓴 인물이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캐스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인성 씨는 주변 감독들과 배우들이 하나같이 좋은 이야기만 해줬다"며 "류승완 감독도 적극 추천해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보여준 집중력과 태도, 이해력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정호연 캐스팅에 대해서는 "성애 역할을 고민하던 중 황정민이 꼭 한번 만나보라고 조언했다"며 "처음 만났는데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즐거웠다. 평소 제가 상상했던 캐릭터의 모습을 이미 갖고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세 배우는 공통적으로 크리처와 직접 마주하지 않은 채 상상력에 의존해 연기해야 했던 점을 가장 큰 도전으로 꼽았다. 황정민은 "상대 배우 없이 상상만으로 연기하는 작품은 처음이었다"며 "배우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라 상상력을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시선 처리는 모니터를 보며 감독의 요청을 받았지만,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계산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호연은 "레이저 포인터나 크리처 모형을 활용해 시선을 맞추기도 했지만, 달리거나 말을 타고 차량에 탑승하는 장면에서는 결국 상상력에 의존해야 했다"며 "모든 것이 처음이라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조인성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연기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며 "무엇을 상대하든 공포와 생존하려는 에너지를 끝까지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영화의 무드를 이어가기 위한 호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호프'로 스크린에 데뷔한 정호연은 "황정민, 조인성과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며 "말보다 눈빛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많아 처음에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욕설 연기가 중요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황정민 선배의 전작들을 참고하며 소장님의 말투와 닮은 부분을 많이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액션 연기 비중이 높았던 조인성은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마지막 액션 시퀀스였다"며 "저뿐 아니라 함께 차량을 운전한 정호연, 황정민 선배 모두 호흡을 맞추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렵게 찍은 만큼 개인적으로는 정말 위대한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뿌듯했고,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조인성은 승마 액션 준비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세 달 동안 일주일에 두세 번씩 연습했다"며 "실제 아스팔트도 달려보고 승마장 밖에서도 말을 타며 호흡을 맞췄다.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달리 살아있는 동물이다 보니 말의 컨디션에 따라 급정거를 하기도 해서 정말 어려웠다. 배우로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5월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됐던 '호프'는 수정을 거쳐 러닝타임이 4분 가까이 줄어들었다. 나 감독은 "어떤 것이 극장에서 가장 효과적인지 계속 고민했다. 칸에서 공개한 버전과 비교하면 약 5분 정도 삭제됐고 3~4분가량 새로운 장면이 추가됐다. 첫 번째 외계인이 죽은 이후의 흐름도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객마다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재미있게 따라올 수 있을지를 가장 고민했다"며 "'곡성'과 달리 이번 작품은 액션을 통해 스토리를 느끼게 하는 영화다. 액션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되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인성은 "거창한 대의를 가지고 출연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관객들이 어떤 영화로 기억해주실지는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한국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9월 북미 개봉까지 이어지는 만큼 이제는 우리 영화도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며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정호연은 "관객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는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나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며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를 몇천 번이나 봤다. 이제는 다시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7월 15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