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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이익에 미래 못 판다"…R&D 안 줄인 휴온스의 뚝심 [인터뷰]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07.06 14:06
수정 2026.07.06 14:13

에스테틱으로 벌어 '미충족 수요' 신약 개발 나서

에이전틱 AI 'HUAS'로 신약 개발 시간 확 줄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제24회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투자포럼 2026'에서 휴온스에 장관상을 수여했다. (왼쪽부터) (왼쪽부터) 김정진 한국신약개발 연구조합 이사장, 박경미 휴온스 R&D 부사장, 임강섭 보건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장.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휴온스가 연구개발(R&D) 전환기를 인공지능(AI)과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돌파한다. 지금 휴온스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미충족 수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많은 제약·바이오 회사가 실적 부담에 R&D 비용 지출을 줄일 때도 투자를 늘린 이유다. 대표적으로 지목한 미래 먹거리가 섬유증이다. 필요한 투자 자금은 물론 시간도 상당한 만큼 최대한 효율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휴온스는 지난 1일 '제24회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투자포럼 2026'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테라펙스의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폐암 신약 'TRX-211'을 사들이는 등 외부의 유망 파이프라인을 적극 기술도입(L/I)한 점이 근거가 됐다. 에스테틱으로 번 현금을 미래 기술에 재투자하는 사업 구조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시상식 이튿날인 2일 제주 서귀포시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박경미 휴온스 R&D 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부사장은 "휴온스에 있어 앞으로의 5년은 글로벌 신약 후보물질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는 시기"라며 "속도가 필요한 혁신 모달리티는 우수한 바이오텍과의 협력을 통해 빠르게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신약 후보물질의 발굴 등 초기 단계부터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글로벌 사업화 권리를 확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온스의 R&D는 세 개의 층으로 굴러간다. 맨 아래층은 지금 현금을 버는 캐시카우다. 제주에서 하는 에스테틱과 전문의약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운데 층은 상용화를 향해 임상 궤도를 오르는 앞선 신약이다. 임상 2상에 진입한 안구건조증 치료제와 비임상 단계의 폐암 치료제가 이 층을 달린다. 맨 위층은 아직 초기지만 미충족 수요가 큰 확장 영역이다. 섬유증과 크론병, 중추신경계(CNS) 질환이 여기 놓인다. 캐시카우로 번 현금을 위층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고, 신약이 다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선순환이 핵심이다.


현재 가장 상용화가 가까운 신약 후보물질은 노바셀테크놀로지에서 도입한 안구건조증 신약 'HUC1-394'다.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제가 염증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신약 후보물질은 염증을 정상적으로 가라앉히고 손상된 조직까지 회복시키는 새로운 기전이다. 눈물막을 지키는 것을 넘어 근본 원인을 건드린다는 뜻이다. 휴온스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미 1상에서 후속 임상의 타당성을 확인한 뒤였다. 이어 이달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2상 첫 환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 임상에 들어갔다.


HUC1-394는 휴온스가 추구하는 '선택과 집중'의 대표 사례다. 앞서 휴온스는 안구건조증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있었다. 개량신약은 이미 있는 약의 성분이나 제형을 개선한 것이다. 반면 신약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질로 만든다. 휴온스는 개량신약 대신 새로운 기전의 신약에 무게를 실었다. 판단 기준은 데이터 기반의 객관성이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임상적 유효성과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따져 포트폴리오를 상시 평가한다는 것이다.



휴온스 본사 ⓒ휴온스

수익을 낼 다음 주자로는 폐암 치료제를 발탁했다. 휴온스는 지난해 9월 테라펙스로부터 폐암 신약 후보물질 'TRX-211'을 도입했다. 폐암 환자 중에는 일부 단백질(EGFR)에 특정 변이가 생겨 암이 자라는 경우가 있다. TRX-211은 바로 이런 변이를 겨냥하는 먹는 약이다. 기존 표적치료제로는 듣지 않던 환자군을 노린다. 현재 동물 대상 독성시험 단계다. 휴온스가 임상 개발을 주도하며 국내 판권과 글로벌 판권 우선권을 확보했다.가장 근본적인 도전은 섬유증이다. 휴온스는 지난 6월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에 선정돼 섬유협착성 크론병 치료제 후보물질 도출에 나섰다.


박 부사장은 "단순히 과제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보다 시장성과 성공 확률이 높은 과제에 자원을 집중하는 질적 성장이 필요했다"며 "이런 판단에서 대표적인 미충족 수요 영역인 섬유증에서 가장 큰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질환의 진행 과정에서 명확한 작용 기전을 확인하고,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증해 나가는 파이프라인으로 접근 중"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과정은 에이전틱 AI 서비스를 통해 고도화한다. 앞서 휴온스는 자체 AI 플랫폼 'HUAS(Huons AI System)'를 개발했다. 챗봇처럼 말로 명령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 연구원도 편하게 쓸 수 있다. 문헌 분석에서부터 구조·물성 예측, 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ADMET) 평가 등을 각 분야 전문 AI 에이전트가 나눠 수행하는 구조다. 복잡한 코딩 없이 다룰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AI·바이오 융합 인재가 부족한 국내 제약업계의 고질적 약점을 파고든 설계다.


특히 ADMET 예측에서 효과가 두드러진다. ADMET는 약물의 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을 뜻한다. 후보물질이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독성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관문이다. 원래 이 검증은 동물실험 단계에서만 1~3년이 걸린다. AI는 실제 실험 전에 독성이 예측되는 물질을 미리 걸러낸다. 실험 횟수 자체를 줄여 뒤늦은 실패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것이다. 유망한 후보에만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박 부사장은 "HUAS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학습을 통해 정확도가 높아진다"며 "초기 탐색 단계에서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여러 AI 에이전트가 유기적으로 협업해 작동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박 부사장이 폭넓게 쌓아온 커리어가 있다. 그는 서울대 제약학과를 나와 CJ그룹과 한미약품, 차바이오텍, 종근당, 지놈앤컴퍼니를 거친 임상개발 전문가다. 전통제약사와 바이오텍을 두루 경험했다. 박 부사장은 "전통제약사에서 쌓은 효율적인 개발·허가 프로세스 경험과 바이오벤처에서 익힌 도전정신이 제 커리어의 자산"이라며 "이 두 장점을 융합한 민첩하면서도 단단한 R&D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사에 있어 R&D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저축"이라며 "단기적인 시장 환경이나 실적 변동에 흔들려 R&D 투자를 줄이는 건 당장의 이익을 위해 미래 생존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성장을 넘어 미충족 수요 신약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혁신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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