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 로봇은 옛말"…외식업계 ‘피지컬 AI’ 시대 열린다
입력 2026.07.03 06:43
수정 2026.07.03 06:43
정부, 피지컬AI 미래 먹거리로 16조 투자
외식·호텔까지 AI 로봇 도입 경쟁 본격화
한화·롯데·맘스터치 실증 나서며 기술 고도화
데이터 확보·초기 투자비는 넘어야 할 과제
세븐일레븐, 살아있는 미래형 편의점 ‘AX Lab 3.0’의 휴머노이드 로봇 ‘로이(ROI)’의 모습 ⓒ롯데이노베이트
무인카페에서 로봇이 커피를 내리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하지만 외식업계의 AI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사람의 지시를 반복 수행하던 로봇을 넘어 스스로 인식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가 매장 운영과 제조 현장에 속속 도입되면서 산업의 판을 바꾸고 있다.
이는 커피업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가 피지컬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식품 제조 공장부터 외식 프랜차이즈, 호텔까지 피지컬 AI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지난 1일 미래 성장동력인 피지컬 인공지능(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AI·로봇 등 관련 분야에 올해 약 16조원을 투입해 유망 선도기업과 메가프로젝트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별도로 과기정통부는 ‘피지컬 AI 선도기술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올해부터 2년간 총 34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피지컬 AI 핵심기술 확보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유통·물류 현장의 AI 로봇 확산을 추진하는 등 로봇 산업 밸류체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의 추론·판단 능력에 로봇 기술을 결합해 실제 공간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이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환경에서 사고하고 판단하는 ‘두뇌’라면 피지컬 AI는 현실 공간에서 직접 행동하는 ‘몸’에 가깝다.
기존 조리·서빙 로봇이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이었다면, 피지컬 AI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AI가 실시간으로 판단해 작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제조와 물류, 매장 운영 전반에 사람의 개입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예컨대 대부분의 기존 로봇은 사전 프로그래밍 작업 후 수만 번의 실행과 수정을 거쳐 특정 동작을 수행하도록 만들어낸 방식이었다. ▲처음 두 발로 걸은 와봇(1973년) ▲계단을 오른 P2(1997년) ▲공을 찬 아시모(2000년)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로봇은 미리 설계된 시나리오 안에서만 움직여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하면 대응에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로봇들은 카메라로 사람을 보고 음성을 듣는 등 고성능 AI 모델과 센서, 액추에이터를 적용해 환경과 명령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피지컬AI는 인구 절벽, 재난과 안보 위기, 지방 소멸 등 우리나라가 당면한 고질적 난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로 불리기도 한다. 생산성 정체를 돌파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면서 기존 산업과 사회의 경쟁력을 새롭게 정의하는 핵심 주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보월드 2025’에서 맘스터치가 선보인 미래형 QSR(Quick Service Restaurant) 쇼룸의 모습ⓒ맘스터치
정부의 피지컬 AI 육성 기조에 맞춰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만성적인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화그룹이 한화로보틱스를 앞세워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한화로보틱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부사장이 전략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푸드테크 등 한화 유통·서비스 계열사와 로봇 사업 간 접점을 넓히며 한화로보틱스를 단순 자동화 설비 업체가 아닌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축으로 키울 계획이다.
실제 한화로보틱스 협동로봇은 김 부사장이 선보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 제조 현장에 직접 투입된 상태다. 일반 공장 대비 50~60% 정도 인력 만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품질 표준화와 효율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그룹도 피지컬 AI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는 IT 계열사인 롯데이노베이트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로이(ROI)’를 개발하며 서비스 분야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로이는 고객 응대와 상품 안내,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올해는 로이가 세븐일레븐 AX LAB 3.0에서 고객 응대와 매장 안내를 맡고 있으며, 지난 4월 열린 2026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에서는 코스 일부 계단을 직접 오르며 균형 제어와 환경 인지 기술을 검증하기도 했다.
외식업계에도 이러한 기술을 적극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맘스터치는 주문·조리·제공 전 과정을 하나의 자동화 흐름으로 통합하는 매장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매장 운영 전반을 로봇과 AI가 담당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자동화와 결을 달리한다.
맘스터치 관계자에 따르면 맘스터치는 최근 AI 로봇 기반 서비스 기업인 엑스와이지와 협업을 맺고 주문부터 조리, 제공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미래형 QSR 매장 모델 구축에 나섰다. 엑스와이지는 로봇이 직접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이번 제휴는 조리 자동화 실현에 국한된 기존 외식 AI, 로봇 도입 트렌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생산성 및 품질 향상과 고객 관점의 미래형 QSR 소비 경험이 공존하는 완전한 무인 매장 솔루션 개발을 위한 첫 걸음”이라며 “일상 속 더욱 편리한 외식 서비스 제공을 위한 회사의 R&D 경영 기조에 맞춰, 가맹점과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각도 혁신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가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넘어 외식업 운영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문 예측부터 조리, 재고 관리, 발주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면 운영 효율은 물론 품질 균일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 투자비 부담과 메뉴별 표준화, 기존 주방 환경 개선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의 경우 도입 비용 부담이 커 당분간은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적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술적 한계도 남아 있다. 공장 생산라인처럼 동일한 공정을 반복하는 제조 현장과 달리 외식업은 브랜드와 메뉴마다 조리법과 레시피 대응체제가 제각각이어서 AI가 학습해야 할 변수가 훨씬 많다. 사람 수준의 판단과 숙련도를 구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피지컬AI는 현실 세계의 행동 데이터가 필요해 데이터가 핵심”이라며 “예를 들어 커피를 만드는 로봇이라면 컵 위치, 손의 움직임, 에스프레소 추출 시간, 우유 양, 컵이 미끄러질 때의 대응 등 이런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처럼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는 환경과 달리 외식업은 메뉴와 레시피, 주문 상황이 수시로 달라 실제 매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당분간은 상용화보다 실증과 학습을 거치며 기술을 고도화하는 단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