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천연기념물 ‘연산호’ 군락, 양쯔강 담수에 파괴됐다
입력 2026.06.30 10:45
수정 2026.06.30 10:45
KIOST, 학계 최초 붕괴 과정 규명
“AI 생태 감시체계 도입 시급”
천연기념물 제주 연산호 군락이 형체를 잃고 무너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원인을 규명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 서귀포 해역에 서식하던 천연기념물 연산호 군락이 형체를 잃고 무너져 내렸다. 이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원인 규명 결과 양쯔강 담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열대·아열대연구센터 김태훈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24년 여름 제주 남쪽 바다에서 관찰된 연산호 집단 붕괴 과정을 학술적으로 조사해 원인을 ‘슬럼핑(주저앉음)’으로 규정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게재된 이번 성과는 연산호 군락의 대규모 붕괴를 학계에 최초로 보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산호 슬럼핑 현상은 총 다섯 단계 세부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초기에는 신체가 비정상적인 형태로 부풀어 오른다. 점차 줄기 부분이 힘을 잃고 아래로 처지다가 몸통 전체가 거꾸로 뒤집혀 매달리는 상태가 된다.
이후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급격히 쪼그라든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녹아내리듯 조직이 완전히 부서져 해체된다. 이는 단단한 뼈대 없이 내부에 물을 채워 체형을 유지하는 연산호의 신체 구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연구진은 집단 붕괴 주요 원인으로 2024년 여름 제주 남부 해역에서 관찰된 극단적인 해양 환경 변화를 지목했다.
해당 시기는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평균 수온과 가장 낮은 평균 염분이 동시에 나타났다. 고수온 탓에 생리적인 한계에 직면한 연산호 군락이 양쯔강에서 흘러든 거대한 담수 영향으로 인해 50일 넘게 저염수 상태에 노출됐다.
결국 신체 내부 삼투압 조절 능력이 마비되면서 구조가 붕괴했다. 외부 바닷물 염도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농도가 높은 연산호 체내로 물이 과도하게 유입, 조직의 정상적인 기능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과제를 통해 저염분 상태가 지속된 시간과 그 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지표인 ‘DFW(Degree Freshening Week)’를 고안했다. 해당 지표를 적용한 결과 연산호에게는 일시적으로 강한 저염수를 만나는 것보다 낮은 염분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환경이 훨씬 치명적이었다.
DFW 기준상 2024년은 연산호가 최근 10년 중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확인했다.
향후 이 지표는 해양생물의 생태적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이상 징후를 예측하는 시스템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공동 연구에 참여한 유스트김 안나 박사는 연산호가 형태를 유지하는 핵심 원동력이 삼투압의 균형에 있다고 설명했다. 균형이 무너졌을 때 발생하는 신체 변형의 상세한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이 다음 연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박사는 “보호구역인 제주 연산호 군락의 파괴가 해양 전반의 생태계 교란은 물론이고 어업과 관광을 비롯한 지역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사후적인 관찰에 머무르지 않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상시 해양생태 감시체계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