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상생’ 속은 ‘폭탄 돌리기’…은행권 덮친 ‘상생지수’ 압박
입력 2026.06.30 07:05
수정 2026.06.30 07:06
6개 은행 대상 하반기 시범평가 돌입
중기·소상공인 대출·금리 지원 확대
‘밸류업’ 정책 충돌…실적 관리 부담
저신용자 떠안을라…2금융권 연쇄부실 우려
금융당국이 하반기 금융사의 상생협력 실적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체감도를 종합 평가할 수 있는 '상생금융지수' 시범평가에 돌입한다.ⓒ뉴시스
금융당국이 하반기부터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상생금융지수’ 시범평가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은행권 전반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상생금융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성적이 매겨지는 만큼 은행들은 관련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여신 전략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 안팎으로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무리한 상생·포용금융 확대 정책이 외려 은행권 건전성을 해치고 더 나아가 2금융권으로 부실이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는 금융당국과 공동으로 하반기부터 상생금융지수 시범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해당 지수는 금융사의 상생협력 실적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체감도를 종합 평가해 수치화한 지표다.
기존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해 온 상생 금융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시범평가는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과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등 총 6곳을 대상으로 한다.
평가는 상생금융 실적평가(40점), 상생협력 실적평가(40점), 중소기업·소상공인 체감도 조사(20점) 등으로 구성된다. 금융 관련 법령 위반 및 사회적 물의 등을 일으키면 감점이 적용된다.
당국은 평가 결과를 서민금융 출연요율 산정 및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시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량·정성 평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평가 결과에 따라 각 은행의 대외 이미지와 브랜드 평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상생금융을 확대해 온 은행들은 앞으로 우수한 성적을 받기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공급을 늘리고 금리를 한층 더 낮게 책정해야 한다.
이에 관련 실적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상생금융 확대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해당 지수를 통해 평가체계를 새롭게 마련한 데 대해선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열심히 실적 관리에 나서겠지만, 구체적인 평가 지표가 마련됐단 점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건전성 관리가 더 힘들어질 거란 목소리도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상공인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우량 담보가 없는 소상공인 대상 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면, 은행권 위험가중자산(RWA)는 급격히 불어나게 된다.
RWA 증가는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중심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배치된다.
1금융권에 대한 상생금융 압박은 2금융권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문턱을 낮추고 금리 혜택을 늘리면, 기존 저축은행이나 카드·캐피탈사 등 2금융권을 이용하던 차주들의 갈아타기가 활발해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들만 2금융권에 머무르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거란 우려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겪은 저축은행권 등은 수익성 악화와 취약 차주들의 연체율 상승 등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생금융을 평가할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면 그만큼 기존보다 더 은행권의 자정 노력이 활발해지겠지만, 실적 압박에 밀려 무분별하게 여신이 확대될 수 있단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칫 잠재적 부실이 쌓아 연쇄적으로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범평가 기간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