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흔들 변수된 'SK하이닉스 ADR'…외환시장 '숨통' 트일까
입력 2026.06.30 07:03
수정 2026.06.30 07:03
다음 달 '300억 달러' 나스닥 상장
단기 환율 하락 '소방수' 기대
"장기적으로 또 다른 모멘텀 필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다음 달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외환시장 안정의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최대 300억 달러에 달하는 역대급 규모의 조달 자금이 국내로 유입돼 원화로 환전될 경우 고환율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부추겨 환율 변동성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9일 전 거래일 대비 4.5원 오른 1536.5원에 출발해, 장중 1540원 선을 돌파한 뒤 1545.2원에 마감했다.
이처럼 매서운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미 2분기 평균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환율 평균은 1500.1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평균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것은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596.8원) 이후 28년 3개월 만이다.
이처럼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오는 7월 10일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은 시장의 단기 최대 변수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최대 1779만 주의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공모 규모는 달러화 기준으로 약 300억 달러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와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ADR 발행이 원화 약세를 완화하는 유동성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투자자들이 달러로 ADR을 매수하면 SK하이닉스는 대규모 달러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이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건설, 청주 패키징·테스트(P&T) 공장 투자,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 등 국내 생산시설 확충에 전량 투입할 계획이다.
달러 자금이 국내 외환시장으로 유입돼 원화로 환전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달러 공급 확대로 이어져 환율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ADR 거래 구조 자체가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을 매매할 때는 필연적으로 원·달러 환전 수요가 발생하지만,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ADR은 달러로 직접 거래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SK하이닉스 투자 비중을 바꾸더라도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자금 유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나스닥 ADR로 자산을 갈아탈 가능성 때문이다.
외국인이 코스피 원주를 매도하고 미국 시장의 ADR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식 매도 대금을 달러로 환전해 나가는 역송금 수요가 일시에 몰리면 원화 약세와 달러 유출이 심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벤트가 단기적으로 강력한 환율 안정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환율의 장기 추세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3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한두 달 사이에 원화로 환전된다고 가정하면, 20거래일 기준 매일 10억에서 15억 달러 상당의 새로운 달러 매도 물량이 외환시장에 추가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서 하이닉스 물량 유입을 확인하는 순간 역외를 중심으로 단기 숏플레이(달러 매도 베팅)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환율 레벨에 대한 고점 인식이 상존하는 만큼, 물량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30~40원 내외로 하락하며 1500원대 초반까지 레벨을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러한 유동성 효과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단 견해다.
민 연구원은 "일시적인 수급에 기인한 물량인 만큼 수급 소화 이후에는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며 "추세 자체를 완전히 뒤집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미·중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지속된다면 단기적으로 환율이 눈에 띄게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ㅁ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