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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만 바꾼 대중음악 축제”…120% 양적 팽창 뒤엔, 라인업 돌려막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6.27 12:40
수정 2026.06.27 12:40

전년 1분기 대비 120.0%, 공연 회차는 121.1% 증가

실내형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이끈 '비수기' 호황

고유한 정체성 고려 없는 출연진 끼워넣기는 문제

올해 1분기 국내 대중음악 페스티벌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이례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발표한 ‘1분기 공연시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대중음악 축제의 공연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0.0%, 공연 회차는 121.1% 증가했다. 시장의 양적 팽창에 따라 티켓 예매수와 티켓 판매액 역시 각각 69.3%, 74.3% 늘어나며 비수기로 분류되던 겨울과 초봄 분기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KOPIS

이러한 수치적 호황을 견인한 것은 대형 전시장이나 실내 아레나를 활용한 실내형 페스티벌들이다. 지난 1월 개최된 ‘퍼스트 뮤직 스테이션’과 3월의 ‘더 글로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축제는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고 관객을 유인하면서 비수기에도 대규모 페스티벌 소비가 이뤄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양적 성과의 이면에 신생 축제 간의 기획 차별성 부재와 라인업의 과도한 유사성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개최된 주요 페스티벌들의 라인업에서는 특정 아티스트들의 중복 출연 현상이 상당하다. 흥행이 검증된 인기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것은 상업 페스티벌의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문제는 해당 페스티벌만의 고유한 특성이나 주제, 장르적 정체성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티켓 파워에만 의존해 출연진을 채워 넣는 기획의 부재에 있다.


1월 말에 열린 ‘퍼스트 뮤직 스테이션’과 3월 말 열린 ‘더 글로우’의 출연진을 비교하면 터치드, 지소쿠리클럽, 솔루션스, 리도어, 신인류, 까치산 등 총 6개 팀이 중복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는 퍼스트 뮤직 스테이션 전체 출연진(23개 팀)의 4분의 1이 넘는 26.1%에 달하는 유사도다.


3월 ‘더 글로우’와 5월 개최된 ‘피크 페스티벌’의 라인업 역시, 고고학, 지소쿠리클럽, 윤마치, 나상현씨밴드, 바이바이배드맨, 솔루션스, 신인류, 쏜애플, 리도어, 김승주 등 무려 10개 팀이 겹쳐 출연했다. 이는 후발 주자인 피크 페스티벌 전체 라인업(26개 팀)의 38.5%에 육박하는 수치다. 사실상 포스터의 이름만 바뀐 채 약 40%의 무대가 두 달 간격으로 재방송된 것과 다름없다.


이 같은 신생 실내형 페스티벌들의 연쇄적인 라인업 중복은 고유 정체성을 지키며 오랜 기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대형 페스티벌들의 운영 방식과 대조를 이룬다. 대표적으로 국내 장수 축제 중 하나인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재자와 글로벌 팝이라는 명확한 장르적 테마를 바탕으로 고유의 정체성을 십 년 넘게 유지해온 사례다.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도 정통 록과 밴드 사운드라는 노선을 고수하며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구축해왔다. 이들 장수 페스티벌은 단순히 당해 연도의 흥행 아티스트를 무분별하게 섭외하는 것이 아니라, 축제가 표방하는 주제와 색깔에 부합하는 라인업을 큐레이션 함으로써 고유의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했다.


올해 1월 킨텍스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퍼스트뮤직페스티벌'에서 밴드 터치드가 공연하고 있다. ⓒ퍼스트뮤직페스티벌

반면 최근 증가한 신생 실내 페스티벌들은 해당 페스티벌만의 특성, 주제,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 없이 오직 초기 티켓 판매율을 보장할 수 있는 특정 인기 인디 밴드와 단골 아티스트 중심의 섭외를 반복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1일권 티켓 가격은 평균 10만원 안팎으로 책정되어 있다. 관객들은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해당 페스티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 연출이나 독창적인 셋리스트를 기대하고 지갑을 연다. 그러나 불과 한두 달 간격으로 장소와 타이틀만 바뀐 채 동일한 아티스트들이 유사한 장비와 무대 구성, 심지어 비슷한 멘트까지 반복하는 공연을 마주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신선함과 만족도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두 개의 페스티벌에 참석했던 A씨는 “페스티벌의 이름만 다를 뿐 알맹이가 똑같아 여러 번 관람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KOPIS 역시 보고서를 통해 “신생 페스티벌들이 유사한 라인업을 공유하면서 기획 차별성과 지속 가능성은 과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비수기 틈새시장을 공략해 120%의 양적 성장을 이뤄낸 국내 대중음악 페스티벌 시장이 반짝 호황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재의 단기적 티켓 판매 중심의 기획에서 벗어나, 축제의 콘셉트를 명확히 하고, 무대 연출과 공간 브랜딩 등 기획 전반에 걸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아티스트의 이름값에만 의존하는 1차원적 구성을 넘어, 차별화된 테마 설정과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 큐레이션이 선행되어야만 페스티벌 시장의 장기적인 생존과 질적 성숙을 담보할 수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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