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토니상에 브로드웨이 주역까지…K-뮤지컬 기획력·인재풀 확장성 증명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6.25 07:45
수정 2026.06.25 14:54

아이비 브로드웨이 '시카고' 주인공 록시 역 캐스팅

韓 뮤지컬 자본력·기획력·인재풀 메이저 시장으로 영역 확장

배우 아이비가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역에 캐스팅됐다. 그동안 주로 백인 배우들이 도맡아오던 이 캐릭터를 한국인 배우가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구 사회의 욕망과 모순을 대변하는 타이틀롤을 한국인 배우가 거머쥐었다는 것 자체로, 글로벌 뮤지컬 시장에서 한국 인재의 위상이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신시컴퍼니

물론 아이비에 앞서 해외 무대에 서며 길을 개척한 한국 배우들이 있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소정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킴 역을 맡았고, 이태원이 브로드웨이와 영국에서 ‘왕과 나’의 티앙 왕비 역으로 무대에 섰다. 2010년대 들어서 홍광호가 웨스트엔드 ‘미스 사이공’에 캐스팅되고, 김수하가 웨스트엔트 및 인터내셔널 투어 주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이끌어가는 ‘성쓰루’(Sung-through) 뮤지컬이거나, 아시아인 등 특정 인종이나 한국인 배역이 필요한 작품에 캐스팅되었다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아이비의 ‘시카고’ 출연은 의미가 크다. 아이비가 맡은 록시 역은 노래를 외워 부르는 수준을 넘어, 방대한 분량의 영어 독백과 정교한 대사 처리를 소화해야 한다. 현지 언어로 감정과 서사를 완벽히 전달해야 하는 영어 연기 중심의 역할에 한국 배우가 발탁된 것은 해외 창작진이 한국 인재의 언어적·연기적 기량을 신뢰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배우들의 이와 같은 활약은 최근 한국 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과거 해외 라이선스 작품을 수입해 소비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국의 창작진과 제작사가 전 세계 뮤지컬 메이저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주역으로 나섰다.


실제로 한국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리드 프로듀싱을 맡아 무대에 올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브로드웨이 현지에서 2년이 넘게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 소극장에서 제작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하는 일도 잇었다.


또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한국 창작 뮤지컬인 ‘마리 퀴리’가 장기 종연을 올리면서 호평을 받았고, 국악과 힙합을 결합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 콘서트 형식으로 소개되면서 관객 투표로 한국 뮤지컬 최초로 영국 공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시컴퍼니

이처럼 창작 IP와 배우들이 동시에 세계 무대에서 성과를 내는 배경에는 국내 뮤지컬 산업 인프라의 전반적인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무대 기술력과 프로덕션 기획력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면서, 한국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발휘하는 기량에 대한 해외 창작진의 평가 체계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자본력과 기획력, 인재풀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 뮤지컬이 일회성 진출을 넘어 메이저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전환기를 맞이했다고 분석한다.


이번 진출을 이끈 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 역시 “아이비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한국 뮤지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며 “우리나라 주연급 배우들은 어느 무대에 내놓아도 세계적인 기량을 발휘할 재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뉴욕이나 런던 등 해외 현지 관계자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달라진 관심도를 전하면서 “이제 한국 스태프와 배우들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예술가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번 진출이 좋은 선례가 돼 제2, 제3의 후배 배우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