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中 목구멍 겨냥한 ‘창’과 ‘방패’ 배치한 美
입력 2026.06.28 07:07
수정 2026.06.28 07:08
美, 日에 최신 중거리 미사일 발사시스템 타이폰 ‘장기 배치’ 방침
상하이·저장성과 함께 대만해협 中 푸젠성 일대 등이 사정권 안에
日에 미사일 발사 시스템 '네메시스'·방공 시스템 '마디스'도 배치
中,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 발사 장면 사상 처음 공개하며 반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15일 중난하이를 방문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헤어지기 전에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이 일본에서 실시하는 다국적 군사훈련을 위해 최신 중거리 미사일 발사시스템인 ‘타이폰’(Typhon)을 장기 배치하기로 했다. 특히 타이폰의 일본 배치는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엔 군사훈련을 마친 뒤에도 철수하지 않고 일본에 그대로 보관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중거리 미사일 즉시 사용가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군은 지난 22일부터 내달 1일까지 괌과 하와이 등 서태평양 상에서 진행하는 미·일 합동훈련인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 훈련을 위해 미 워싱턴주 루이스 맥코드 합동기지에서 타이폰을 옮겨와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 해상자위대 가노야 공군기지에 장기 배치해 운용할 예정이라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등이 보도했다.
용감한 방패 훈련은 원래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2년에 한 번씩 격년으로 주관하는 미군 단독 훈련이지만, 2년 전부터 일본 자위대도 참가하는 미·일 합동 훈련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미군의 이 같은 방침은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전력 증강에 대응해 미·일 연합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타이폰은 사거리 1600㎞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함대공(艦對空) 미사일 등을 지상에서 발사할 수 있는 미 육군의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으로 1개 체계당 작전통제소와 발사대 4기, 견인 차량, 개조 트레일러로 구성돼 있다. 겉으로 얼핏 보면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비슷한 것 같지만, 군사용으로는 정반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드는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시스템인데 비해 타이폰은 함정과 기지, 지휘시설, 항만, 레이더 등을 미사일로 정밀 타격하는 공격 시스템이다. 사드가 방패라면 타이폰은 창에 가까운 셈이다.
미국 해병대가 지난 2025년 9월15일 일본 서부 이와쿠니에 위치한 항공기지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최신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인 ‘타이폰’(Typhon)을 시연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은 이번 훈련에서 함정을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해 시스템 운용 절차를 점검할 예정이며 미사일 발사는 실제로 이뤄지지 않는다. 타이폰은 오는 9월 미 육군과 일 육상자위대가 실시하는 합동훈련인 ‘동양의 방패’(Orient Shield)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이후 타이폰은 10월 중순쯤 가노야 공군기지에서 철수한 뒤 주일 미군기지에 보관될 전망이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미군과 일 자위대는 “즉시 운용 가능한 배치와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 내에선 “필요할 때 전개가 가능한 상태로 보관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 대한 억지력이 된다”는 견해가 나온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은 전했다. 아사히는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전력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본 내 타이폰 운용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앞서 지난해 9월 11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된 미 해병대와 일 육상자위대의 합동훈련인 ‘불굴의 용’(Resolute dragon) 훈련 당시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구니 미 해병대 항공기지에 타이폰을 처음 배치했지만 수개월 뒤 철수했다. 당시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대립 위험을 높인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지난해보다 380㎞ 더 남하한 가고시마현 가고야 기지에 배치하면서 상하이(上海), 저장(浙江)성과 함께 중국 동남부 연안 지역인 대만해협의 중국 푸젠(福建)성 일대가 명확히 사정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단순한 훈련장비 이동이 아니라 사실상 대만 유사시를 상정한 미국의 강력한 메시지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필리핀에서 촬영된 미군의 신형 지대함 미사일 시스템인 ‘네메시스’. ⓒ AFP/연합뉴스
미사일을 육상에 배치하면 이동이 잦은 군함에 배치하는 것보다 목표물이 더 확실해지고 유사시 빠른 이동 타격이 가능하다. 더욱이 타이폰은 작전 통제소·수직 발사기·미사일·지원 장비 전부가 40피트(약 12m) 표준 규격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도록 설계돼 있는 만큼, 트럭이나 열차 등으로 이동이 용이하다. 모든 미사일 시스템을 컨테이너로 위장한 형태여서 상대 적국 입장에선 위치를 특정하기 까다로운 편이다.
미군이 일본에 타이폰을 ‘사실상’ 고정 배치하려는 것은 그동안 중거리 미사일에서 중국에 뒤처진 이른바 ‘미사일 갭(격차)’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 1987년 소련과 맺은 중거리 핵전력 폐지 조약(INF)에 따라 오랫동안 사거리 500~5500㎞ 미사일의 지상 배치를 금지해오다 보니 이 조약이 파기된 2019년 전까지 중거리 미사일을 지상에 거의 배치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2022년 750기이던 사거리 1000~5500㎞ 탄도미사일 보유량을 지난해 모두 1850기로 추정·집계될 정도로 등 급격히 중거리 미사일을 늘리면서 미국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미국은 다급한 나머지 2024년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타이폰을 반입해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합동훈련인 ‘어깨를 나란히’(Balikatan)와 ‘방패’(Salaknib) 훈련에 각각 활용했다.
미국은 이후에도 타이폰을 철수하지 않고 필리핀에 상시 배치 상태로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폰이 배치된 곳으로 알려진 라오아그 국제공항은 필리핀에선 중국 본토·대만해협과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홍콩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푸젠성 푸저우(福州) 등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세를 의식한 미국은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에 신형 지대함(地對艦) 미사일 시스템인 ‘네메시스’(NMESIS)와 통합 방공시스템인 ‘마디스’(MADIS)를 공식 배치했다. 미군의 두 시스템의 배치는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분쟁 도서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실시할 경우 대함 공격력과 방공 능력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닛케이가 22일 전했다.
ⓒ 자료: 외신종합
네메시스는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 차량형 지대함 시스템이며, 마디스는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의 드론(무인기)나 항공기를 탐지·격추하는 최첨단 방공(防空)시스템 장비다. 두 장비는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해병대 제12해병 연안연대(MLR)가 본격적으로 운용하게 된다. 미 해병대는 유사시 일본 난세이제도(南西諸島) 등의 외딴섬에 병력을 소규모로 분산 배치해 대함 공격능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내걸고 있다.
이번에 도입된 장비들은 모두 기동성이 뛰어나 수송기 등을 통해 섬 지역으로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 해병대는 “이들 장비를 신속하게 전개하고 운용하는 능력은 즉응 태세를 유지하고 다양한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비들은 지난 20일 시작된 미 해병대와 일본 육상자위대의 합동훈련인 '불굴의 용' 훈련의 마지막 날인 오는 30일 오키나와현 캠프 핸슨에서 언론에 공식 공개된다.
미국과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격분한 중국이 곧바로 무력 시위에 나섰다.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은 미국에 보란듯이 최대 2500㎞ 떨어진 태평양 지역 미군기지나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둥펑(東風·DF)-17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관영 중앙TV(CCTV)는 ‘군정(軍情) 시간이 왔다’ 프로그램을 통해 로켓군 실전 훈련을 소개하면서 둥펑-17이 도로 위 이동식 발사 차량에서 힘차게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구치는 장면을 20일 내보냈다. 군사평론가 두원룽(杜文龍) 중국군사문화연구회네트워크연구센터 주임은 “둥펑-17의 발사 상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복잡한 지형과 다양한 방해 요인을 극복하고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로켓군의 실전 준비태세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 자료: 외신종합
‘항공모함 킬러’로도 불리는 둥펑-17은 2019년 10월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무기로 음속의 10배 이상의 속도로 대기권 상층부를 활공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일반 탄도미사일처럼 예측 가능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기권 상층부에서 물수제비를 뜨듯 불규칙하게 비행하기 때문에 미국의 기존 미사일 방어(MD) 체계로 요격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이 대만 유사시 둥펑-17을 동원할 경우 대만의 지휘통제 시설과 방공망은 물론 오키나와 등 제1도련선(島鏈線·일본 열도~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을 잇는 선) 안쪽의 미군 거점도 타격할 수 있다.
특히 CCTV 영상에서 둥펑-17이 고정 발사장이 아닌 도로 위 차량에서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은폐와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과 동맹국이 사전에 둥펑-17의 발사 위치를 파악해 선제 타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이번 공개를 두고 중국이 미국과 일본에 보낸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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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규환 국제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