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밀려난 고연령 자영업자…금융 부실 '시한폭탄' 되나
입력 2026.06.26 07:09
수정 2026.06.26 07:09
자영업 대출 1100조원 육박 속 고령화
소득 대비 과도한 채무 대응 능력 취약
선제적 리스크 관리·충당금 적립 시급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내 한 매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국내 자영업자 대출이 11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의 제2금융권 대출이 10년 새 7배 넘게 폭증하면서 금융권의 새로운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시중은행에서 밀려난 고령 자영업자들이 비은행권으로 대거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향후 경기 둔화 시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9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합산한 총금액의 28.5%에 달하는 규모다.
자영업자 대출이 사실상 국내 금융 시스템 전체의 건전성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특히 한은은 자영업 부문의 가장 큰 취약 요인으로 '연령 구조의 고령화'를 꼽았다.
조사 결과 30대 이하 청년층 자영업자 비중은 지난 2015년 16.3%에서 2025년 13.5%로 하락하며 점진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60세 이상 고연령 자영업자 수는 같은 기간 184만2000명에서 269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현재 전체 자영업자의 41.2%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국내 자영업자 10명 중 4명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층인 셈이다.
자영업의 고령화는 자연스럽게 '부채의 고령화'로 이어졌다.
고연령 자영업자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지난 2015년 96조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05조7000억원으로 4배 이상 폭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고연령 자영업자의 부채 대응 능력이 타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저소득 자영업자 차주의 56.1%를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다. 취약 차주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에 집중돼 있는 구조다.
반면 이들의 평균 대출 규모는 3억9000만원으로, 청년층(2억2000만원) 및 장년층(3억40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소득 창출 능력은 저하되는 시기인 반면, 빚의 규모는 가장 커 소득 대비 채무부담이 매우 높은 상태에 직면해 있다.
은퇴 후 생계 유지를 위해 창업 전선에 뛰어든 고령층이 과도한 대출을 안고 사업을 영위하다가 고금리 직격탄을 맞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와 고금리 장기화는 고연령 자영업자들을 제2금융권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은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연령 자영업자는 전체 대출의 36.7%를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비은행 대출 규모 역시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 말 기준 23조3000억원이던 고연령 자영업자의 비은행 대출 규모는 올 1분기 167조5000억원으로 7.2배 급증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고령층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으로 대거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관측된 것이다.
비은행권 대출은 은행권에 비해 금리가 높아 차주의 이자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며, 이는 곧 금융권 전체의 잠재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
문제는 향후 대내외 경제 충격이나 서비스업 경기 둔화 등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부실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고연령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이 악화될 경우, 이들의 대출 비중이 높아진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 등 비은행 부문의 자산건전성에 곧바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연령 자영업자의 부채 관리를 위해 금융기관들의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촘촘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