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현직 의사가 본 ‘인천 사람 다리’ 요양병원…“적어도 환자 외면 안 했다”

김혜민 기자 (gpals4965@dailian.co.kr)
입력 2026.06.24 17:16
수정 2026.06.24 17:18

사람 다리 발견된 인천 생활자원회수센터.ⓒ연합뉴스

인천 재활용장에서 발견된 사람의 다리가 요양병원에서 절단된 환자의 신체 일부로 확인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직 의사가 "의료진은 환자를 방치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한 결과"라며 목소리를 냈다.


의사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양성관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번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2시28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재활용품 선별 작업 중 붕대에 감긴 사람의 다리가 발견됐다. 경찰은 강력 사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해당 다리는 인천 중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절단한 80대 여성 환자의 다리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경찰 조사에서 다리 괴사가 심각해 절단이 불가피했으며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청소 직원이 마네킹으로 오인해 재활용품으로 분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과장은 "사건 내용을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며 "환자는 89세 여성으로 심장 기능이 심하게 떨어져 있었고 혈액 공급 장애로 다리 괴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 이런 경우 종합병원 이상에서 정형외과 의사가 수술실에서 절단술을 시행하지만 환자의 심장 상태를 고려하면 전신마취 과정에서 사망 위험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대학병원에 계속 입원하기도 어렵고, 다리가 썩어가는 환자를 받아줄 요양병원도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족이 수소문 끝에 해당 요양병원을 찾아 간곡히 부탁해 입원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헌 인천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환자 상태가 심해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다는 가족 진술이 있다"며 "심장 기능 저하로 다리가 괴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경찰에 "다량의 고름이 나왔고 신경이 손상돼 마취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며 "무릎 아래는 사실상 분리된 상태였고 남은 연부 조직만 가위로 절단했다"고 진술했다.


양 과장은 "요양병원에는 수술실이 없지만, 환자를 그대로 둘 경우 패혈증으로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었다"며 "교과서적인 치료는 아니었지만 당시 의료진이 마주한 상황 역시 교과서 속 상황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이번 사건으로 병원이 사실상 폐업에 해당하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앞으로 비슷한 중증 환자를 선뜻 받아들이려는 의료기관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과장은 "이번 사건은 완벽한 의료의 이야기는 아니며 법적·행정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도 분명 있다"면서도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의료진이 환자를 외면하기보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의료폐기물 처리 과정의 과실에 대한 책임은 묻되 의료진의 선의와 환자 치료를 위한 노력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해당 요양병원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헌 형사과장은 "(절단 수술과 관련해) 의료법을 하루 종일 들여다봤지만 처벌 조항을 찾지 못했다"며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변호사 자문 등을 거쳐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gpals4965@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