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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에스티팜, '중국 빠진' 올리고 시장 파고든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06.25 15:08
수정 2026.06.25 15:10

생물보안법 효력 2027년인데 수주 먼저 움직여

상담 20건 중 4건 계약…"협상 기회 확대 추세"

에스티팜 본사 ⓒ에스티팜

에스티팜이 중국을 떠나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의약품 원료 주문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미국이 생물보안법으로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밀어내면서 생긴 빈자리다. 규제가 실제 효력을 내려면 2027년 이후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탈중국 물량은 벌써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올해 미국 바이오 전시회(BIO USA 2026)에서 중국 CDMO 이용을 검토하던 고객사와 약 20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4건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졌다. 다만 고객사명과 권역, 계약 규모는 비밀유지 의무상 공개되지 않았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특정 국가의 영향을 비롯해 복수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흐름이 누적된 결과"라며 "생물보안법의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있을 수 있으나 실제 계약은 고객사의 품질 실사와 생산 일정, 규제 대응 능력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시점이다. 생물보안법은 지난해 12월 발효됐다. 미국 정부 기관이 우려기업으로 지정된 중국 CDMO와 거래하는 것을 막는 게 핵심이다. 다만 규제 대상인 '우려바이오기업' 명단을 미국 관리예산국(OMB)이 확정해야 실제 제재가 시작된다. 1차 기준인 미국 국방부 명단(1260H)에는 이달 8일 우시앱텍 등 188곳이 올랐다. 우시앱텍은 자회사 우시STA를 통해 올리고 CDMO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거래 금지 효력이 실제 발생하는 시점은 2027년 이후로 전망된다.


고객사들은 미리 움직이고 있다. 거래처를 중국 CDMO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은 간단치 않다. 같은 약이라도 공장이 바뀌면 품질을 다시 검증받고 규제 당국의 재승인을 거쳐야 한다.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중국 CDMO를 거쳤다는 이력만으로 기술이전(L/O)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적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에 공급망을 새로 짜려는 수요가 움직이는 배경이다.


특히 에스티팜은 특화된 시장에 속해 있다. 에스티팜은 화학반응으로 올리고 원료를 합성한다. 합성 과정이 까다롭고 대량생산 문턱이 높아 진입이 쉽지 않다. 동물세포를 키워 항체의약품을 만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와는 기술도 설비도 다른 영역이다. 전 세계에서 시판용 물량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힌다. 그만큼 경쟁자도 적다. 글로벌 올리고 CDMO 시장에서 에스티팜은 생산능력(CAPA) 기준 전 세계 3위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올리고 CDMO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4년 25억 달러에서 2029년 67억 달러로 성장이 전망된다. 연평균 20%를 웃도는 속도다. 미국과 유럽 기업이 선두권을 쥐고 있다. 그 뒤를 에스티팜과 중국 우시STA가 쫓아왔다. 생물보안법이 그 경쟁 구도를 흔드는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올리고 치료제의 영역이 만성질환까지 넓어지고 있다. 시판약 수요가 늘면서 생산능력을 검증받은 에스티팜의 수주 물량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에스티팜은 2018년 올리고 전용 CDMO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올해 1분기 말 수주잔고는 약 5100억원(3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 2023년 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계약의 내용도 알차다. 전체 수주의 80%가 이미 허가된 약을 대량생산하는 상업화 물량이다. 임상 단계의 소량 주문을 넘어 시판약 양산으로 무게가 옮겨갔다는 뜻이다.


수요가 생산능력을 넘어서는 만큼 공장도 발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두 번째 올리고 전용 공장인 제2올리고동을 가동했다. 생산 라인 3개를 새로 더한 증설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9년까지 라인 2개를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생물보안법 외 수요를 밀어올릴 다른 호재도 다가오고 있다. 오는 30일 고지혈증 치료제 올레자르센의 미국 FDA 허가가 예정돼 있다. 올레자르센은 에스티팜이 원료 공급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올리고 치료제다. 올레자르센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시판되면 그만큼 올리고 원료 주문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올리고 사업은 임상에서 상업화 단계로 넘어갈수록 생산 규모와 반복 주문, 공정 효율성이 개선돼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시판약 원료 주문이 늘고 거래처도 넓어지는 만큼, 사업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다른 RNA 치료제 분야로 확장하며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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