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리창 회담·칭화대行으로 '당권 몸풀기'
입력 2026.06.24 04:00
수정 2026.06.24 06:47
23일 다롄서 7년 만의 한중총리회담 성사
모교 칭화대선 '청년 교류' 차별화 메시지
정청래 강성 결집에 맞선 '외교 자산' 전략
세계경제포럼(WEF) 제17차 뉴 챔피언 연차총회'(하계 다보스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현지 시간) 베이징 중관춘 국가자주혁신전시관을 시찰하고 있다. ⓒ 국무총리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임기 내 마지막 해외 출장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
23일 하루 만에 모교 칭화대 방문과 중국 실리콘밸리 중관춘 시찰을 잇따라 소화한 데 이어, 다롄에서는 7년 만의 한중총리회담까지 성사시켰다. 24일에는 한국 현직 총리로는 10년 만에 하계 세계경제포럼(WEF) 특별연설까지 예정돼 있어 김 총리의 '외교 자산'이 어디까지 채워질지 주목된다.
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날 오후 다롄 방추도호텔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한중총리회담을 가졌다. 2019년 이낙연 당시 총리와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 간 회담 이후 7년 만의 한중 총리 회담이다. 김 총리는 "양국이 정치·경제·문화·청년 교류에 있어 한 단계 높은 협력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리 총리도 "협력의 폭과 깊이를 계속 확대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김 총리는 회담을 두고 "양국 정상의 만남을 잇는 징검다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베이징 일정에서는 모교 방문이 눈에 띄었다. 김 총리는 칭화대 법학 석사 출신으로, 이날 칭화대를 찾아 추융 당서기와 40분간 면담했다. 김 총리는 칭화대 시절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 중 하나"라고 회상하며 "한국 유학생을 격려하고 한중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생각하고 싶어서 왔다"고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나누고 있다. ⓒ 뉴시스
특히 김 총리는 한중 관계 발전 해법으로 '청년 교류'를 제시했다. 김 총리는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선 미래 세대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청년 간 교류를 통해서 이해를 높이면 한중 관계가 더 잘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추 당서기도 김 총리를 "칭화대 가족"이라 부르며 환영했고, 칭화대 측은 김 총리에게 재학 시절 단체 사진을 찾아 선물했다. 김 총리는 방명록에 "소중한 인연이 깃든 칭화대를 다시 찾아 참으로 기쁩니다. 자강과 포용의 정신으로 한중 우호 협력의 미래를 함께 열어갑시다"라고 적었다.
김 총리는 중국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 국가자주혁신전시관도 찾아 인공지능(AI) 등 첨단 혁신 기술 현황을 살폈다. 김 총리는 취재진과 만나 "중국의 과학 기술이 첨단 수준으로 올라간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며 "피지컬 AI, 로봇손 등은 한국도 못지않게 발전한 부분이 있는데, 뇌 작동 부분은 중국이 조금 더 발전한 면도 있어 서로 협력하며 발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시스템인 '베이나오'를 가장 인상 깊게 봤다고 덧붙였다.
방중 첫날인 전날(22일) 베이징 행보도 적극적이었다. 김 총리는 주중 한국대사관저에서 짜오양 징둥(JD) 부총재, 쩡쉬에쭝 샤오미 부총재, 쉬리 센스타임 CEO 등 중국 혁신·벤처기업 최고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총리는 "8년 만에 베이징을 찾게 돼 기쁘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올해 1월 국빈 방중을 통해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방중은 사실상 김 총리의 임기 마지막 외교 일정이다. 25~26일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치는 대로 6월 말~7월 초 사퇴가 예정돼 있어서다. 김 총리는 그동안 미국을 두 차례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등을 만났고, 임기 마지막 무대로 중국을 선택해 한중 협력의 매듭을 짓는 그림을 그린 셈이다.
방중 일정에서 정치적 함의도 묻어나는 분위기다. 같은 23일 또 다른 잠재 당권 주자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미국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김 총리는 중국, 송 의원은 미국이라는 외교 무대 분점 구도가 그려졌다. 정청래 대표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 강성 결집에 집중하는 사이, 김 총리와 송 의원은 '외교 자산'을 차별화 카드로 들고 나선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 총리가 트럼프·밴스에 이어 리창 총리까지 마주 앉고 모교 칭화대까지 다녀오면서 '외교파 당권 주자' 이미지를 굳히는 데는 성공한 모양새"라며 "다만 사퇴를 코앞에 둔 시점에 진행된 방중이라 일정 자체는 사실상 졸업 여행 성격을 띤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8·17 전당대회에서 김 총리가 이번 외교 자산을 얼마나 정치적 메시지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