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보다 경쟁력”… PA 개편 논의에 지역 항만들 ‘현장성 훼손’ 우려
입력 2026.06.23 17:00
수정 2026.06.23 17:00
IPA 사옥 전경 ⓒ IPA 제공
정부가 공공기관 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주요 항만공사(PA) 통합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만업계와 지역 경제계가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단순한 조직 슬림화 논리로 접근할 경우 항만별 경쟁력과 지역경제 성장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국 주요 항만공사를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항만 관계자들은 항만을 일반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주요 항만은 각기 다른 산업 생태계와 물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부산항은 글로벌 환적 중심항만으로 동북아 해운 네트워크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인천항은 수도권 물류와 대중국 교역, 국제여객 기능이 결합된 복합 관문항으로 성장하고 있다.
울산항은 국가 에너지 공급망과 석유화학 산업을 뒷받침하는 전략 항만이며,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산업과 연계된 남해안권 대표 산업물류 거점이다.
이처럼 항만마다 성장 전략과 고객군, 물류 구조가 다른 만큼 획일적인 운영 체계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통합 법인이 출범할 경우 투자 결정과 예산 배분 과정이 중앙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지역 현장의 요구와 항만별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항만 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역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만공사는 애초 중앙정부 중심의 관리 체계를 보완하고 항만별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각 항만이 보유한 산업적 특성과 시장 환경에 맞춰 독립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책임경영을 실현하는 것이 제도 도입의 핵심 취지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법인 통합보다는 기능별 협업 확대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인사·회계·전산·교육·연구개발 등 공통 업무는 공동 플랫폼을 구축해 효율성을 높이고, 항만 개발과 운영, 투자 결정은 각 항만공사가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또 항만공사는 단순한 시설 운영기관을 넘어 지역 산업과 고용, 물류 생태계를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통합 논의가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접근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항만 관계자는 “항만공사의 경쟁력은 규모가 아니라 현장 이해도와 전문성에서 나온다”며 “효율화를 명분으로 조직을 통합하기보다 항만별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국가 물류 경쟁력 강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역 경제계는 향후 정부가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산업계, 노동계, 항만 이용자 등이 참여하는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선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