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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골이나 나왔다!’ 홍명보호도 예외일 수 없는 자책골 경계령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6.24 08:11
수정 2026.06.24 08:11

북중미월드컵에서는 전술의 변화로 자책골이 많이 나오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 자책골 수가 많아지며 참가 팀들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조별리그 일정이 한창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나온 자책골 수는 총 ‘9골’이다. 이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총 2개)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물론 참가국 수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경기 수 자체가 늘어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 때의 2골은 비정상적으로 적은 개수였고, 조별리그가 끝나기 전 2018년 러시아 월드컵(12골) 때보다 많아질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자책골의 증가를 우연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각국 대표팀들의 뚜렷한 공격 전개 변화가 눈에 띄며, 이러한 전술의 진화가 수비수들을 괴롭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의 마이클 콕스 기자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자책골이 급증한 현상을 두고, 현대 축구가 지향하는 ‘측면 파괴 전술’이 낳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과거 측면 공격의 정석은 페널티 박스 가장자리에서 먼 쪽을 향해 높게 띄워 올리는 크로스였다. 축구팬들이 기억하는 데이비드 베컴의 ‘택배 크로스’를 떠올리면 쉽다. 베컴을 비롯한 대부분의 윙어들이 쏘아 올린 크로스는 대개 먼 포스트(Far post)를 향해 궤적을 그리며 밖으로 휘어져 나가는 형태였다.


이런 높은 크로스는 공격수와 수비수가 골문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공중볼 경합을 벌이게 만든다. 설령 수비수의 머리나 발에 맞고 굴절되더라도 골대 안으로 들어갈 확률보다는 박스 바깥이나 라인 아웃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축구의 트렌드는 완전히 바뀌었다. 측면 공격의 속도는 훨씬 빨라졌고 크로스 또한 낮고 날카로워졌다.


즉, 현대 축구의 윙어들과 풀백들은 측면 안쪽까지 돌파한 뒤, 골문 앞 가까운 쪽(니어 포스트) 또는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공을 찔러 넣는다. 이른바 현대 축구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로 불리는 ‘컷백’이다.


이 전술이 제대로 통하는 순간, 수비수들은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 골대를 바라보며 달려오는 사이, 등 뒤에서 침투해 들어오는 상대 공격수를 체크해야 하는 것은 물론 달리던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물리적인 방향에 의해 자책골이 만들어진다.


자책골은 경기 결과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이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이다.


벨기에와 이집트의 동점골 장면이 대표적 예다. 0-1로 뒤지던 벨기에는 후반 21분 로멜루 루카쿠가 측면에서 올라온 빠른 크로스를 받아 첫 터치로 골망을 흔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판독 결과 마지막 터치의 주인공은 이집트의 수비수 모하메드 하니였다. 루카쿠의 위협적인 쇄도에 밀려 골대를 향해 뛰어 들어가던 하니는 벨기에의 저공 패스를 피하지 못하고 자책골의 희생양이 됐다.


미국 역시 파라과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 전술로 선제 득점을 올렸다. 파라과이의 수비수 보바딜라는 공이 자신의 발 쪽으로 날아올 것을 예상하고 대처하려 했으나, 미국의 크로스 속도와 골대를 향해 달리던 자신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했다. 결국 보바딜라의 발을 떠난 공은 파라과이의 골망을 가르는 자책골로 연결됐다. 당시 미국은 경기 내내 이 전술을 고집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은 체코와의 1차전서 동점골을 넣었던 황인범이 문전을 향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제공했다. 오현규의 득점 또는 상대 자책골을 유도할 수 있는 날카로운 패스였다.


반대로 홍명보호가 이와 같은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남아공은 지난 조별리그 2경기서 측면을 활용한 빠른 공격 전개를 선보인 팀이다. 효과적으로 상대 컷백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실점 도는 자책골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만약 박스 안으로 공이 투입되더라도, 김민재를 비롯한 센터백들은 무조건 발을 뻗기보다 공의 궤적을 정확하게 예측해 처리해야 한다. 찰나의 순간 터져 나오는 자책골은 단순한 1실점 이상의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32강행이 걸린 최종전에서 자책골이라는 황당한 악재로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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