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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압박 커진 삼성, HBM4 매출 10억달러로 추격 고삐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6.23 14:15
수정 2026.06.23 14:16

HBM4 양산 130여일 만에 성과 관측

HBM3E 주도권 내준 삼성, 차세대 제품서 반격

기업가치 가르는 AI 메모리 주도권 경쟁 가열

삼성전자 HBM4 출하 제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에서 누적 매출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AI 메모리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주도권을 앞세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HBM4를 반격 카드로 내세워 시장 평가를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HBM4 매출은 최근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로는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양산 출하 이후 약 130일 만에 거둔 성과로, 이달 말 기준 누적 매출은 12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HBM 제품군 전반의 공급 물량을 빠르게 늘려 올해 HBM 매출을 100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가속기에 높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고부가 메모리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업계의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가르는 핵심 제품으로 떠올랐다. 과거 범용 D램과 낸드 가격 사이클이 메모리 기업 실적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HBM 공급 능력과 주요 고객사 확보 여부가 시장 평가의 중심에 놓이고 있다.


그동안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잡았다. SK하이닉스는 HBM3와 HBM3E 시장에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공급을 바탕으로 선두 지위를 굳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8%, 삼성전자 21%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HBM3E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HBM4 조기 양산과 공급 확대를 통해 차세대 제품에서 격차를 좁히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도 HBM4 시장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 고객사인 미국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양산이 본격화하면 SK하이닉스의 HBM4 매출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검증된 품질과 공급 역량,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HBM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양사의 생산능력 확대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뿐 아니라 첨단 D램과 패키징, 후공정 생산능력 확보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누가 더 빠르게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느냐가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계약은 물론 시장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최근 증시에서는 HBM 경쟁력이 양사의 기업가치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서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주가 흐름에 따라 양사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시장은 AI 메모리 경쟁력에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더한 전체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우위다. 삼성전자로서는 HBM4 매출 확대와 생산능력 증설을 통해 HBM3E에서 벌어진 격차를 차세대 제품에서 만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대로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기존 고객사 신뢰와 선두 공급 역량을 유지해야 시총 프리미엄을 이어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가 양사의 AI 메모리 경쟁 구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4 공급 물량을 빠르게 늘리고 주요 고객사향 매출을 확대하면 HBM 시장 점유율 반등과 메모리 사업 수익성 개선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면 SK하이닉스가 HBM4에서도 선제 공급과 고객사 검증 우위를 유지한다면 AI 메모리 주도권은 당분간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품 경쟁의 승패가 실적과 시총 프리미엄으로 직결되는 만큼, HBM4는 올 하반기 국내 반도체 업계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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