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못막고 부작용만…'실패'한 삼전·닉스 레버리지
입력 2026.06.23 07:10
수정 2026.06.23 07:10
금감원장 '반성' '후회' 언급
"레버리지, 지난해 급하게 준비"
레버리지 자금 92%가 개미 몫
"별도 안정조치 고민하고 있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환율 억제 목적으로 도입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증시 변동성과 투자자 피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반성'과 '후회'를 언급하며 사실상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이 원장은 22일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관련해 "홍콩에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환류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했는데 효과는 별로 많지 않았다"며 "부작용이 너무 커져 정부가 고민이 굉장히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고환율 국면에서 레버리지 상품 도입 논의가 진행됐다"며 "그때 급하게 준비했던 건 맞다.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정부는 서학개미를 환율 상승 '주범'으로 지목하고 서학개미들의 국장 복귀를 위해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와 함께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환율 급등은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와 중동 전쟁 등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견인하고 있어 레버리지 상품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상태다.
이 원장은 "중동 전쟁 직후 (레버리지 상품) 증권신고서가 들어왔다"며 "증권신고서를 수리한 상태에서는 다른 현실적인 방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권신고서를 수리하기 전에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되는 건 아닌가,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 개최에 앞서 (왼쪽부터)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개미 빚투 사상 최고치에
레버리지 회전율 100% 웃돌아
"소비자경보에도 진정 안돼"
이 원장은 레버리지 상품이 개미 피해를 키우고, 증권사들의 수익만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이후 관련 상품에 14조원 규모의 자금이 모였고, 이중 개미 몫이 92%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연속 하락장에서 (손실률이) -37%까지 가는 것을 확인했다"며 "소비자 경보를 울렸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쿨링 다운(진정)'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8일 레버리지 상품 관련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한 바 있다.
무엇보다 빠르게 불어나는 신용거래융자와 레버리지 상품의 높은 회전율 등을 고려하면 조정 국면에서 개미 피해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19일 기준 약 38조4787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상태다.
신용거래융자란 개인 투자자가 주식예탁금 등을 담보 삼아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뜻한다.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지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원장은 레버리지 상품 회전율과 관련해 "200%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며 "그나마 완화된 게 130% 정도"라고 말했다.
회전율이 100%라는 건, 하루에 한 차례 모든 주식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신용거래융자와 연계해 생각하면, 빚투를 주저않는 개미들이 레버리지를 단기 매매하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이 원장은 "회전율이 이 정도면 삶을 피폐하게 할 정도"라며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스스로 개발해 돌리지 않는 한, 아마 하루종일 매달려야 되는 삶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박판에서 '뽀지(수수료)' 뜯는 사람이 돈을 제일 많이 벌 듯, 배불리는 증권사를 보면 배가 아프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피해 여부와 무관하게 빈번한 매매로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증권사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감원, 금융위·거래소와
리스크 관리 방안 고심
개미 피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 원장은 "투자자들이 중산층 서민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급격한 변동성이 왔을 때 가계에 충격을 줄 수 있어 별도 안정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수에서 신용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레버리지 상품 관련 단계적 신용거래융자 제한, 미수거래 한도 설정 등을 도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