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안 주려 364일 ‘쪼개기’ 계약…공공부문 비정규직 편법 여전
입력 2026.06.23 12:00
수정 2026.06.23 12:00
노동부, 지방정부 비정규직 노동조건 기획감독 발표
쪼개기 계약 관행 다수 확인…113건 노동관계법 위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0일 세종시 정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근로감독관 100인과 함께하는 주요 근로감독 정책 공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수당 차별과 퇴직금 미지급, 이른바 ‘쪼개기 계약’ 관행이 지방정부 다수에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방정부 비정규직 노동조건 준수 기획감독’을 시행하고 23일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감독은 국무조정실의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계약실태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11개월 이상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 비중이 높거나 쪼개기 계약 관행이 의심되는 기초지방자치단체 30곳을 선정해 지난 3월부터 실시했다.
감독 결과 30개 지방정부 가운데 28곳에서 총 11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주요 위반 사례는 형식적인 단기계약을 반복해 사실상 1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수당 미지급 등 차별적 처우,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등이다.
기간제 노동자 66명에게 약 1억원 규모의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고, 퇴직금 25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기간제 노동자 차별 사례도 공개했다. 일부 지방정부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무직 근로자들이 받는 직무수당, 가족수당, 명절상여금, 정근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합리적 사유 없이 기간제 노동자 44명에게 복지포인트를 부여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법 위반뿐 아니라 공공부문 전반에 걸쳐 불합리한 고용관행도 확인됐다. 조사 대상 30개 지방정부 모두에서 단기·반복 계약이 이뤄지고 있었다.
27개 기관에서는 11개월 이상 1년 미만 계약 노동자가 2117명에 달했고, 계약기간을 364일로 설정한 사례도 183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퇴직금 지급 의무 등이 발생하는 1년 근무를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계약’ 논란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운영도 미흡했다. 7개 기관은 파견·용역 노동자 채용 사전심사제를 도입하지 않았고, 3개 기관은 제도 도입 이후에도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기간제 노동자 240명을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심사제는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채용하도록 2018년 도입된 제도다.
노동부는 적발된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즉시 시정을 지시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하는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쪼개기 계약 등 불합리한 고용관행에 대해서도 개선 지도를 실시하고, 개선 여부를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4월부터 운영 중인 ‘공공부문 불합리한 관행 온라인 상담센터’ 제보 내용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임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공기관과 자회사 등 전체 공공부문 200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정기감독을 실시한다.
지난달에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운영방안도 개정해 심사 대상을 확대하고 외부위원 참여를 의무화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공공부문의 쪼개기 계약 등은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없다”며 “온라인 상담센터 제보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청취하고 공공부문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불합리한 고용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