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건전성 위협 아니라더니, 역대급 레버리지에 경고음
입력 2026.06.24 07:06
수정 2026.06.24 07:09
신용거래융자 38.5조·인뱅 신용대출 첫 30조 돌파
금융위도 "주식시장 영향" 인정…비상관리체계 가동
전문가 "금리 인상·대출 규제 늦어…시장 거품 키워"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신용대출이 많이 늘어나는데 대출 총량에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냐'는 질문에 "전체적인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한다던지, 건전성에 위협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뉴시스
증시 랠리 속에 신용거래융자와 인터넷전문은행 신용대출이 잇달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만 해도 빚투(빚내서 투자)가 가계부채 건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은행도 증시와 경기 충격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책당국이 증시 충격을 우려해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를 미루는 사이 레버리지 투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8조478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만에 4990억원이 늘어난 규모로 지난달 29일 기록한 종전 최고치(38조226억원)를 넘어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뱅 3사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30조4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인뱅 3사의 신용대출 잔액이 3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말(29조5620억원)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단 7영업일 만에 약 5000억원 증가했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신용대출 증가와 관련해 "신용대출이 전체적인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하거나 건전성에 위협을 준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며 "자기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예·적금을 해지하거나 신용대출까지 동원해 투자에 나서는 '빚투'가 확산됐다.
금융당국도 지난 11일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주식시장 등의 영향으로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기타대출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 배경으로 주식시장 영향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신용거래융자와 인뱅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뒤에야 비상 관리체계를 가동했다.
금융위는 당시 회의에서 관리목표 미준수 금융회사에 대한 점검회의를 매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에는 카카오뱅크와 지방은행 등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를 두고 빚투 수요를 겨냥한 선제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대출 자금이 실제 주식 투자에 얼마나 활용됐는지를 정확히 집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대출금이 증권사 계좌로 이동한 규모 등은 파악할 수 있지만, 이후 실제 어떤 종목을 매수했는지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다만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는 점에서 일부 레버리지 자금이 대형 반도체주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이 저금리 환경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빚투 수요를 자극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과 신용대출 규제가 보다 일찍 이뤄졌다면 과열된 투자심리를 일부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코스피 상승은 반도체에 대한 집중 수요가 있어 가능한 장세"라며 "예금도 해지하고 대출까지 받아 증시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주가 상승을 견인한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대출 증가분 상당 부분이 레버리지 투자 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상과 신용대출 규제가 더 일찍 이뤄졌다면 레버리지 투자와 시장 거품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업황이 꺾이거나 증시 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개인 부실과 금융권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