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부터 송도까지…유린된 헌법상 기본권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6.06.20 07:20
수정 2026.06.20 07:20
요양병원서 오배출된 환자 다리…'인간의 존엄' 훼손
'사람 다리 사건',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 기시감
헌법상 기본권 침해, 병폐 만연…사회병리적 접근 필요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느닷없이 '사람 다리'가 생활자원회수센터에서 발견됐다. 인천 송도를 넘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사건은 수사 일주일 여만에 그 전모가 드러났다.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89세 여성 환자 A씨의 절단된 신체가 오배출된 것이었다. 경악해야 할까. 아니면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으니 안도해야 할까.
일단은 강력사건은 아니어서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환자의 신체 일부가 외부로 배출되는 과정과 관련해 요양병원의 위법 행위 여부에 관심이 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료폐기물 처리 관리 실태와 불법 수술 등과 관련한 의료법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찰 조사 결과 요양병원은 지난 8일 A씨의 다리 절단 수술을 한 뒤 붕대에 감싸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폐기했으나 이튿날 병원 자원봉사자인 60대 남성이 A씨 다리를 석고 붕대(깁스)로 착각해 재활용품 봉투에 담아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제 의료법 위반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사람 다리'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자. 경악할 만하다. 헌법상 기본권인 '인간의 존엄·행복추구권'이 훼손된 것으로 보여서다.
A씨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했고 그의 가족들이 사정한 끝에 해당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A씨의 다리는 심장이 약해 피가 다리까지 도달하지 못해 괴사했고, 별도 수술실이 아닌 곳에서 절단 수술이 이뤄졌다.
이후 그의 다리는 자원봉사자의 실수로 재활용품으로 분류돼 버려졌다. 요양병원은 A씨의 다리가 뉴스창을 온통 도배하고 나서야 잘못을 알아챈다. 이는 물건이 아닌 사람의 신체가 다뤄진 과정이다.
'사람 다리 사건'은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다.
선거 당일 서울 송파구 잠실 등 전국 26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참정권이 유린된 것이다.
'사람 다리'처럼 투표용지를 좇아가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투표용지 인쇄 매수 축소 지침은 사무총장 전결로 졸속 결정됐고,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아 서울선관위와 중앙선관위는 심각성을 제때 인지하지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는 9일 간의 조사 끝에 선관위 보고 체계와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 내고,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에 대해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헌법상 기본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국가는 이를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 두 사건에서 드러난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단편적인 건지, 만연했던 병폐가 드러난 것은 아닐지 사회병리적으로 살펴봐야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