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後] '내치 모드' 전환한 李대통령, '명청 갈등·지지율 하락' 돌파구 찾을까
입력 2026.06.19 05:00
수정 2026.06.19 05:02
18일 귀국 직후 청와대 출근해 업무
19일 순방 브리핑…지지율 반등 모색
선관위 개혁·2기 내각·부동산 과제
G7 정상회의 등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등 8박 10일간의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치고 18일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곧바로 '내치 모드'로 전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귀국하자마자 청와대로 출근해 밀린 업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검·경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당청 관계 정비, 2기 내각 구성, 부동산 문제와 물가 관리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내 현안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 수사 및 국정조사, 후속 개혁과제 등에 있어서 국회와 함께 적극적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45일간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선관위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하고 선관위 구성을 개편하려면 법률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탓에 선관위 개혁 논의가 원포인트 개헌론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신호탄으로 한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도 있을 전망이다. 한 총리 후보자 지명에 따라 공석이 된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4~5곳의 장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청와대 수석급 참모진 교체를 통해 국정동력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을 이 대통령이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부산 북갑 보궐선거 출마로 사직했던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의 후임으로 이기혁 아마존웹서비스(AWS) 스타트업 생태계 총괄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정책 역시 대대적 개편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정부는 투기 억제를 위해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 주택 보유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세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최초로 순방 기간 화상으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귀국 바로 다음날인 19일에도 수보회의를 열어 국내 주요 현안을 점검한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과 직후에도 국정 운영에 조그만 차질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순방 성과 브리핑에도 나선다. 통상 정상외교 성과는 국가안보실장이나 홍보소통수석 등 참모진이 브리핑을 하거나, 여야 지도부를 초청한 오·만찬 자리에서 공유하는 것이 전례였던 만큼, 대통령이 귀국 직후 직접 마이크를 잡고 춘추관 단상에 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8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내일(19일) 오후 2시 벨기에 실무 방문,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이탈리아 국빈 방문 및 G7 정상회의 결과와 성과에 대해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순방 직후 이 대통령이 직접 성과 브리핑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후 '명청(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갈등설'과 맞물려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 국면을 탄 만큼, '외교 성과'를 국민에게 직접 부각해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외교 성과를 바탕으로 당청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국내 정치적 난제들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부터 벨기에·이탈리아·바티칸을 차례로 방문한 뒤 16∼17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했다.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 무대를 유럽으로 넓히고,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글로벌 의제를 선도하겠단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아 약 90분 동안 한반도 문제, 한미 관계, 중동 정세 등과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골프 제안도 받았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의 귀국 행사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민주당 대표 모두 참석했다. 지난 9일 출국 당시 환송 행사 땐 김 총리는 참석했지만, 정 대표는 청와대의 요청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중앙선거관리 부실 관리 대응 등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청와대 및 내각 인사 등으로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지만, 당청 간 이상 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이 대통령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마중을 나온 김 총리와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정 대표,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순으로 악수와 인사를 나눴다.
특히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마주하자 허리를 90도 가까이 깊숙이 굽히며 인사했고,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수고했습니다"라는 짧은 인사를 건넸다. 김 총리도 75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으나, 이 대통령과 따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