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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만 통행료 면제…해운업계 새로운 비용 전쟁 시작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6.18 11:03
수정 2026.06.18 11:04

미국-이란 17일 종전 양해각서 체결

60일간 종전 협의 등 14개 항목 발표

호르무즈 통행료 ‘60일’만 유예하기로

최종 결론 따라 물류비용 등락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100일 넘게 이어온 무력 충돌을 중단하고 종전 협상에 합의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특히 양국이 공개한 양해각서(MOU)에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상선 자유 통항을 보장하고 있어 막힌 공급망이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다만 전쟁 중 이란이 요구했던 ‘호르무즈 통행료’ 문제는 60일간의 유예기간을 둔 점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60일 이후에는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17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 전문은 총 14개 항이다. 이 가운데 상호 주권 존중, 영토 보전 등 이념적 내용을 뺀 주요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먼저 양국은 ‘연장 가능한 최대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약속(3항)’했다. 서명 즉시 이란은 30일 이내 해상 봉쇄를 완전히 해제(4항)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해운업계가 가장 관심을 가질 대목은 5항이다. MOU 5항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는 60일 동안만 부과하지 않을 것’이란 문구를 포함하고 있다. 그간 상황을 미뤄 판단해 보면 60일 이후 이란은 통행(통항)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미국은 자유 통항 원칙을 주장해 왔다. 반면 이란은 해협 관리 비용을 명분으로 통행료 징수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선박 1척당 30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통행료가 부과되면 한국은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 중 한 곳이 된다. 수입 원유의 상당 부분이 중동산으로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하면 국내 정유사와 해운사는 추가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다.


특히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를 다수 운용하는 국내 선사들은 연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 부담을 져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어쩌면 전쟁 위험보다 제도화된 통행비용이 장기적으로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통행료 외에도 전쟁 동안 급등했던 운임이나 전쟁보험료가 낮아지면서 해운업계 수익 저하가 예상된다.


특히 중동 노선 운임이 정상화하면 최근 특수를 누렸던 유조선사와 일부 벌크선사 수익성은 떨어지게 된다. 전쟁 기간 우회 항로 운항으로 증가했던 운항 일수와 추가 수익마저 사라지면서 운임 조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호르무즈 해협 케심섬 해안에 지난 4월 18일 이란의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영구적 평화협정 체결은 아직


종전 협정에는 이란 원유 수출 재개를 위한 제재 완화 조치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즉각적인 원유 수출 허가와 일부 금융제재 완화를 약속했다. 이는 글로벌 유조선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된다.


그동안 제재로 인해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물량 일부가 공식 시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선박 공급이 증가하고 유조선 운임은 하락할 수 있다.


종전 이후에도 위험은 여전하다는 점도 살펴야 한다. 우선 종전 협정 자체가 60일의 협상 유예기간을 전제로 한다. 아직은 영구적 평화협정이 체결된 상태가 아니다. 양국 모두 협상 결렬 시 언제든 군사행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남겨두고 있다.


글로벌 선주와 보험사들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전쟁보험료가 크게 낮아지기는 어려운 이유다.


물론 종전 협정이 해운업계에 불리한 상황으로만 전개되는 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완화되면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의 물류 흐름이 정상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발 컨테이너와 에너지 화물의 운송 일정이 정상화되면 선박 일정 신뢰도가 높아지고 환적 물량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적 비중이 큰 부산항에는 호재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종전 자체보다 60일 뒤에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은 전쟁 종료 선언이 아니라 60일간의 시험 운영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만약 최종 협상에서 이란의 통행료 부과가 현실화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니라 새로운 물류비용 체계로 변모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소 선사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장·단기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발 빠르게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중소·연안 선사 경영 안정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해수부는 16일 향후 6년 동안 1조10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제2차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김혜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중소·연안 선사와 예·도선사는 국내 해운산업을 받쳐주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제2차 중소기업 특별지원 프로그램이 중동전쟁과 불확실성 확대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선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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