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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가 상수 압도하는 비극"…이재명 정부 한반도 평화공존 1년, 자문단의 진단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6.18 05:00
수정 2026.06.18 05:00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자문단 4차 회의 주재

"긴장 완화" "외교 능동성·한중러 관리 부재"

한-EU 공동성명 두고 "정책 일관성 흔들" 우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한반도 평화전략 자문단' 제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통일부 제공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이 출범 1년을 맞아 외교·통일 전문가들의 종합 진단대 위에 올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재한 한반도 평화전략 자문단 제4차 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은 윤석열 정부 시기 누적된 남북 긴장도를 낮춘 성과는 평가하면서도, 외교 능동성 부족과 한중·한러 관계 관리 부재,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둘러싼 정책 일관성 문제를 두루 짚었다.


정동영 장관은 17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회의 모두발언에서 "결국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과 북이 상수이고 주변국은 변수일 뿐인데, 지금은 변수가 상수를 압도하고 있다. 이건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이날은 정 장관이 2005년 6월 17일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 면담한 지 20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정 장관은 "그날 김정일 위원장과 두 시간 반 단독 면담, 두 시간 반 오찬 등 다섯 시간 대화가 있었다"며 "결론은 한마디로 '당사자는 남과 북이다, 통 크게 합시다'였고, 결과적으로 제2의 6·15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 한국 외교사에서 우리 운명에 관한 국제 문서를 남과 북이 주도해 만든 것은 9·19 공동성명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이 자문단장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고문을 맡아 진행됐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 △김기정 연세대 명예교수 △김양희 대구대 교수 △김택환 미래전환정책연구원 원장 △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러시아·유라시아팀장 △안병민 북한경제포럼 회장 △이정철 서울대 교수 △이제훈 한겨레 선임기자 △이혜정 중앙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명예교수 △장용훈 연합뉴스 전문기자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등 자문위원 16명이 참석했다.


"긴장 완화 성과" 평가 속 '외교 능동성 부족' 지적


자문위원들은 통일부가 윤석열 정부 시기 누적된 남북 간 긴장도를 낮추고 '평화적 두 국가론'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국민과 평양, 국제사회에 던졌다는 점을 평가했다. 다만 평가의 무게중심은 빠르게 향후 과제로 옮겨갔다. 한 자문위원은 "북한은 외교적 기동성을 대단히 높였던 1년이었던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수동적이었다"며 "페이스메이커를 자임했지만 정작 조율할 페이스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평화적 두 국가론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헌법·법제도 정비와 함께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세현 한반도 평화전략 자문단 고문(오른쪽)이 3월 13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전략 자문단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연철 단장.ⓒ 연합뉴스
한-EU 공동성명·한중러 관리 부재에 비판 집중


가장 격렬한 비판은 지난 10일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쏟아졌다.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반대' 등 표현이 담긴 것을 두고 한 자문위원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유럽의 위협 인식을 한국이 그대로 수용한 결과, 한국 외교의 독자성이 흐려졌다"며 "북한 반발이 명백한데 청와대가 '관계 악화는 없을 것'이라 한 것은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한중·한러 관계 관리 부재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자문위원들은 "2026년 상반기 한국이 미·중·일과 정상회담을 한 반면 러시아와는 접촉이 전무하다"며 "북러 밀착이 북한의 '남한 무용론'을 키우는 만큼, 한·러 경제협력은 단순 경제 문제가 아닌 안보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9월 동방경제포럼(블라디보스토크)과 11월 선전 APEC을 한반도 외교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북중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 관리 실패의 결과"


최근 북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한 자문위원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과거처럼 남북·북미 대화를 관리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라,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결심 아래 이뤄진 것"이라며 "북중 군사협력 강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북중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 관리의 실패 결과"라고 진단했다.


김연철 자문단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가 평화공존 정책 담론을 내세우면서 적대 담론을 동시에 얘기하는 것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남북뿐 아니라 북방 3국 모두에 해당되는 메시지의 일관성을 정부 내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회의를 마무리하며 "원래 2026년을 한반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내걸었지만 변동도 생기고 실태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 가장 세게 지적해주신 부분에 하반기 정책의 초점을 맞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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