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서 AI 서버까지…LG이노텍, 3대 기판으로 영업익 1조 노린다
입력 2026.06.17 08:14
수정 2026.06.17 08:14
RF-SiP 세계 1위 기반으로 GDDR7·서버용 기판 확장
FC-BGA 개발 일정 당겨…베트남 1조원 투자·국내 증설 검토
LG이노텍의 대면적, 초대면적 FC-BGA 기판 샘플 2종ⓒLG이노텍
LG이노텍이 모바일 중심이던 반도체 기판 사업의 무게중심을 인공지능(AI) 메모리와 서버로 넓힌다. RF-SiP에서 확보한 세계 1위 경쟁력을 바탕으로 GDDR7용 FC-CSP와 서버 CPU·GPU용 FC-BGA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워 2031년 패키지솔루션을 매출 3조원 이상, 영업이익 1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LG이노텍은 16일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패키지솔루션 미디어 테크 데이'를 열고 RF-SiP와 FC-CSP, FC-BGA 등 주요 반도체 기판의 기술과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조지태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사업부장 전무는 "새롭게 열리는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2031년까지 패키지솔루션을 매출 3조원 이상, 영업이익 1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키지솔루션은 이미 LG이노텍의 고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1조72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고, 영업이익은 1289억원으로 82% 증가했다.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19%에 달한다.
RF-SiP 세계 1위…6G·스마트글라스로 영토 확장
LG이노텍의 전략은 이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통신용 기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AI 확산으로 새롭게 열리는 메모리·서버용 기판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현재 주력인 RF-SiP는 스마트폰의 무선통신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하는 기판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글로벌 주요 고객 기준 약 6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이를 80%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이노텍은 2011년 기판의 중심층을 없앤 코어리스 RF-SiP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신호 손실을 줄이는 소재와 표면처리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보다 신호 손실량을 70% 줄였다.
기존 솔더볼 대신 구리 기둥 위에 작은 솔더볼을 얹는 'Cu-Post' 공법도 세계 최초로 RF-SiP 기판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부품 간격을 좁히면서 기판 두께를 기존보다 약 20% 줄였다.
현재는 솔더볼 간격을 추가로 10% 줄이는 차세대 Cu-Post 기술을 개발 중이다. 6G 통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 한 대에 탑재되는 무선통신 부품이 늘어나는 만큼 더 얇고 집적도가 높은 RF-SiP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LG이노텍은 RF-SiP의 적용처를 스마트폰에서 차량과 스마트글라스, 위성통신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6G 전환에 따른 수요 증가만 반영해도 RF-SiP 매출이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사업부 관계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정호 패키지솔루션마케팅담당(상무), 조지태 패키지솔루션사업부장(전무), 명세호 패키지솔루션개발담당(상무), 남상혁 패키지솔루션연구소장(연구위원)ⓒLG이노텍
모바일 기판, GDDR7 타고 AI 메모리로
당장 성장세가 가장 뚜렷한 제품은 FC-CSP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에 주로 적용되던 FC-CSP가 AI 가속기와 서버에 들어가는 GDDR7 등 고성능 메모리용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로부터 GDDR7용 FC-CSP를 수주했다. 메모리용 제품의 신규 수주가 이어지면서 구미 반도체 기판 생산라인은 풀가동 상태에 들어갔다.
황정호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마케팅담당 상무는 "모바일 AP 중심이던 FC-CSP의 적용 영역이 메모리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GDDR7과 SSD 등에서 사업 기회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론형·에이전틱 AI가 확산하면 AI 시스템 안에서 메모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불러오고 처리해야 하는 만큼 고성능 메모리와 이를 연결하는 기판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LG이노텍은 오는 7월 착공하는 베트남 하이퐁 신공장에서 RF-SiP와 FC-CSP 생산라인을 우선 확대한다. 두 제품을 위한 1차 투자 규모는 약 1조원이다. FC-BGA 투자는 이번 투자액에 포함되지 않았다. 회사는 시장 수요에 맞춰 베트남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FC-BGA 후발주자, 서버용 개발 일정 앞당겨
가장 큰 도전은 FC-BGA다. LG이노텍은 RF-SiP와 FC-CSP 시장에서는 선도 업체지만, 고성능 PC와 AI 서버에 들어가는 FC-BGA에서는 후발주자다.
그러나 AI 시장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진입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GPU뿐 아니라 CPU와 주문형 반도체, 네트워크 칩의 종류와 수요가 늘면서 빅테크들이 복수의 기판 공급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황 상무는 "많은 글로벌 빅테크가 CPU 시장에 뛰어들면서 FC-BGA 후발주자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 다양한 글로벌 고객들이 CPU용 FC-BGA 공급 논의를 위해 LG이노텍을 직접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요청이 빠르게 늘면서 서버용 FC-BGA 개발 일정도 앞당겼다. LG이노텍은 당초 올해 서버용 제품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개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했다. 회사 측은 기존 일정보다 개발을 앞당겨 올해 말께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객 수를 조기에 늘리고 양산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G이노텍은 현재 가로·세로 85㎜ 크기의 대면적 FC-BGA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100㎜ 이상 제품의 선행 검증도 마쳤으며, 복수 고객과 실제 제품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가로·세로 120㎜를 넘는 초대면적 제품도 개발 중이다.
FC-BGA는 모바일용 FC-CSP보다 면적이 18배 이상 크고 층수도 16~22층에 달한다. AI 서버용으로 갈수록 면적과 층수가 늘어나 기판의 휨과 이물, 층간 정렬을 제어하는 기술이 수율을 좌우한다. LG이노텍은 구미4공장에 구축한 FC-BGA 전용 '드림 팩토리'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AI와 딥러닝, 로봇, 디지털 트윈을 생산 공정에 적용해 대면적 기판의 불량을 줄이고 수율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2024년 말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에 PC 칩셋용 FC-BGA 공급을 시작했다. 올해 3분기에는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PC CPU용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글로벌 빅테크 고객을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8년까지 자율주행과 AI 가속기, 서버 CPU·GPU용 하이엔드 FC-BGA 시장에 단계적으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황 상무는 "후발주자이지만 LG그룹과 LG이노텍의 생산기술 역량, 50년간 축적한 기판 경험이 결합하면 2028년에는 놀랄 만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은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FC-BGA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존 구미 투자 협약 규모는 6000억원으로 카메라 모듈과 FC-BGA 투자를 함께 포함한 금액이다. 추가 FC-BGA 투자의 규모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코퍼 포스트(Cu-Post) 기술을 적용한 RF-SiP 기판ⓒLG이노텍
AI 기판 공급 부족으로 고객사와의 협상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반도체와 메모리, 패키징 물량을 확보한 뒤 정작 기판 생산능력이 부족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고객들이 장기공급계약을 먼저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LG이노텍은 RF-SiP에서 이미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어왔으며 FC-CSP와 FC-BGA에서도 관련 계약을 체결하거나 논의하고 있다. 다만 향후 생산능력과 공급 책임을 고려해 고객 요청을 모두 계약으로 연결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품 가격도 공급 부족만을 이유로 일괄 인상하기보다 고부가 제품 공급과 고객사의 비용 절감 효과를 함께 고려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LG이노텍이 제시한 2031년 패키지솔루션 매출3조, 영업익 1조원은 RF-SiP가 현재의 수익 기반을 지키고, FC-CSP가 AI 메모리 수요를 흡수하며, 후발 사업인 FC-BGA가 서버·데이터센터 시장의 대형 성장축으로 자리 잡아야 달성이 가능하다.
조지태 전무는 "고객보다 한발 앞서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기판 시장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