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이라 감옥 안 가잖아”…‘참교육’이 던진 질문, 세계는 어떻게 답하나
입력 2026.06.13 08:30
수정 2026.06.13 08:30
韓, 국제 기준에서 특별히 관대한 나라 아냐
노르웨이 “처벌보다 개입”…한국보다 높은 형사책임 연령
독일 “처벌보다 교육”…강력범죄에는 엄정 대응
처벌 연령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
ⓒ넷플릭스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참교육’ 6화에는 촉법소년들이 나온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들은 “어차피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하며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작품 속 설정은 극적 연출이지만, 현실에서도 촉법소년 제도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논쟁거리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재사회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韓, 국제 기준에서 특별히 관대한 나라 아냐
현행 한국 소년법상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다. 이들은 절도·폭행·강도 등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나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이에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그러나 국제 기준에서 보면 한국이 특별히 관대한 나라는 아니다. 오히려 세계 주요국 가운데 중간 수준에 속한다. 한국과 독일, 일본은 만 14세,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만 15세다. 반면 영국(잉글랜드·웨일스)은 만 10세, 네덜란드는 만 12세이며 미국은 주마다 달라 최저 7세부터 형사책임(보통 7~13세)을 인정하는 곳도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일반논평(General Comment No.24)을 통해 형사책임 연령을 최소 14세 이상으로 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이 기준에 부합하는 국가 중 하나다.
노르웨이 “처벌보다 개입”…한국보다 높은 형사책임 연령
흔히 북유럽 국가들이 청소년 범죄에 관대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제도는 단순하지 않다. 노르웨이의 경우 형사책임 연령은 만 15세로 한국보다 1년 높다. 하지만 15세 미만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국가가 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경찰 조사와 함께 아동복지기관, 학교, 지방정부, 심리상담 전문가가 개입해 가정환경과 정신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장기간 관리한다. 형벌보다는 복지와 교정 중심 접근법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역시 촉법소년에게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실제 국가 개입은 범죄 발생 이후 소년부 송치나 보호관찰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노르웨이는 학교와 복지기관이 문제 행동 초기 단계부터 개입하는 구조가 상대적으로 발달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형사처벌 연령 자체보다 조기 개입 시스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독일 “처벌보다 교육”…강력범죄에는 엄정 대응
ⓒ넷플릭스
독일 역시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다. 독일 소년사법제도의 목표는 처벌보다 교육에 있다. 초범의 경우 사회봉사, 피해자 배상, 직업교육, 상담 프로그램 등이 우선 적용된다. 다만 살인이나 강도, 성범죄 같은 중범죄는 예외다. 독일은 소년에게도 최대 10년의 실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강력범죄에는 엄정 대응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역시 보호관찰,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다양한 보호처분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독일은 직업훈련과 상담 프로그램,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독일은 가능한 한 소년을 사회 안에서 교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구금은 최후의 수단으로 여긴다.
재범률만 보면 의외의 결과
그렇다면 이러한 제도들이 실제로 재범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까. 통계만 놓고 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한국 소년범 재범률은 최근 수년간 약 30% 수준이다. 일본의 청소년 재범죄율도 30% 안팎이며 영국 청소년 재범률 역시 30% 수준으로 집계된다. 독일의 경우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청소년 범죄자의 2년 내 재범률은 약 25%, 정식 처분 대상자는 약 37% 수준으로 보고된다.
노르웨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인다. 일부 연구에서는 2년 내 재범률이 20% 안팎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촉법소년 연령 때문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제도, 촘촘한 정신건강 지원, 가족 개입 프로그램, 낮은 빈곤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국가별 통계 기준이 다른 만큼 본 기사에서 인용한 재범률은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이 발표한 자료 가운데 한국의 소년범 재범률과 가장 유사한 지표를 선별해 비교한 것이다. 여러 국가가 재유죄율이나 재수감률, 청소년 사법감독 재진입률 등을 사용하고 있어 완전한 일대일 비교는 어려우나 각국 청소년 사법제도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참고 자료 정도로는 활용할 수 있다.
처벌 연령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
ⓒ데일리안
'참교육' 속 촉법소년들은 "어차피 처벌받지 않는다"며 법의 빈틈을 비웃는다. 이 같은 모습은 현실에서도 반복되는 촉법소년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한 분노가 커질 때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 역시 힘을 얻는다. 그러나 해외 사례는 숫자 하나를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형사책임 연령이 낮은 미국은 높은 재범률에 시달리고 있고, 오히려 한국보다 높은 연령 기준을 둔 노르웨이는 낮은 재범률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것은 엄벌주의도, 연령 하향도 아니다. 범죄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학교·가정·복지기관이 함께 개입해 재범의 고리를 끊어내는 국가의 역량이다.
한국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 역시 "몇 살부터 처벌할 것인가"가 아니라 "범죄 징후를 보이는 청소년을 어떻게 미리 찾아내고 재범을 막을 것이냐"에 더 가까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