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도 역전에도 '위기감 실종'…친명·친청 '전대 셈법'만
입력 2026.06.12 00:00
수정 2026.06.12 00:00
국민의힘 지지도 1년 만에 민주당 앞서
與, '민심 경고등'에도 계파 경쟁만 몰두
"지지도 하락 가속화할 수 있는 고비"
"위기감 느끼고 성찰하는 자세 가져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정당 지지도를 추월당하거나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위기감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둘러싼 계파 경쟁에 더 몰두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에서 외형적인 승리를 거두었지만, 정치적 의미가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다. 2030 세대와 수도권 민심 이탈이라는 매서운 경고등이 켜졌지만, 민주당은 선거 이후 쇄신에 나서기보다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 간 '전당대회 주도권 경쟁'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사실상 초접전 구도를 형성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5일 무선 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은 41.8%, 국민의힘은 41.1%를 기록했다. 격차는 오차범위(±3.1%p) 내인 0.7%p에 불과했다. 선거 전인 지난 3월 3주차 조사에서 민주당(53.0%)과 국민의힘(28.1%) 간 격차가 24.9%p까지 벌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약 11주 만에 사실상 박빙 수준까지 좁혀진 것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6~8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진행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41.6%로 40.4%인 민주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약 1년 만에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이다.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층 재결집과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 논란, 민주당 독주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차지했음에도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한 점이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는 2030 세대와 수도권 중도층의 보수 회귀 흐름이 꼽힌다.
문제는 이런 경고등이 켜졌지만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쇄신'보다는 '전당대회'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와 친청계 간 당권 경쟁이 조기 점화되면서 당내 시선이 민생과 지지율 반등보다 계파 주도권 싸움에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인물은 연임 도전이 거론되는 정청래 대표다. 당 대표라면 지방선거 결과를 평가하고 중도층 이탈과 수도권 민심 변화 원인을 진단하는 데 집중해야 하지만, 실제 행보는 '당심 잡기'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비판이다.
정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들의 요청에 따라 "국무회의처럼 의원총회 생중계도 적극 동의·찬성한다"며 "당원 뜻을 받아 그렇게 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성 당원층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메시지를 통해 당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친청 성향 지지자들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직접 글을 남겼다. 정 대표는 "이재명 정부 성공과 6·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며 "그동안 바빠서 이곳에 못 왔다. 앞으로 가끔 문안인사 드리겠다"고 적었다. 또 12일에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며 호남 당심 관리에도 나설 예정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지선 압승 실패 원인 분석과 중도층 회복 방안보다 전당대회 연임 기반 확보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방문해 사전 환담장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고위원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최민희 의원도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명계와 친청계가 경쟁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지금 친명계라고 분류하셨는데 나는 뭔가"라며 "내가 왜 친청인가. 이렇게 일 잘하는 대통령에게 줄 서지, 나를 바보로 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계파 구도를 부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친명계와 친청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성공론'에 올라타 정치적 공간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당권파 친명계 의원들 역시 지방선거 평가를 둘러싸고 정 대표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부각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의 경고"라고 언급한 점을 강조하며 정청래 지도부의 전략 실패를 겨냥하는 동시에 '명픽'(이재명 대통령이 고른 인물)인 김민석 국무총리를 후보로 띄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전당대회 셈법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지금의 지지율 흐름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중도층 이탈에 따른 지지도 하락이 가속화할 수 있는 고비"라며 "지지도 하락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이번 선거에서 왜 졌는지를 성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현재 민주당은 성찰보단 서로에게 잘못과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 됐다. 이건 그냥 적나라한 권력투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방향이 엇갈리며 감정 싸움까지 가버린 만큼 지금으로써는 민심을 회복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지방선거 성적표만 보면 민주당이 이긴 선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서울 패배와 정당지지도 역전은 분명한 경고 신호"라며 "지금 민주당이 위기 대응보다 전당대회 권력투쟁에 더 집중하는 모습으로 비치면 중도층 이탈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 특히 계파 경쟁이 쇄신 논의를 삼켜버릴 경우 오히려 정권 초반 지지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