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모아 집 사기 힘들다… 한은 "양극화에 자산 사다리 끊어져"
입력 2026.06.11 12:00
수정 2026.06.11 12:00
자산 불평등을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지난해 0.625로 크게 상승했다.ⓒ한국은행
우리 경제가 부동산 자산 격차와 산업 간 소득 격차가 맞물린 복합 양극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의 소득 보전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자산 형성 지원과 기술 전환에 맞춘 새로운 정책 구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11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불평등을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지난해 0.625로 크게 상승했다.
팬데믹 기간 급등한 부동산 자산이 주로 고연령층에 집중되면서 세대 간 양극화가 고착화된 결과다.
이로 인해 청년층 내에서는 소득이 높아도 자산 형성 사다리에 오르지 못하는 계층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소득 격차마저 다시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AI 확산에 따른 IT 제조업의 호조와 비IT 산업 간의 'K자형 성장'이 임금 격차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AI 기술은 저소득층과 경력 초기 청년층의 직무를 대체하며 실업 우려를 키우고 있는 반면, 기술의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의 보유 비중이 1%p 상승하면 총요소생산성(TFP)은 0.16%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불평등이 커질수록 혁신 대신 자산 가격 변동에만 자원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부가 자식 세대로 원활히 넘어가지 못하는 노노(老老)상속과 자산 잠김 현상은 청년층의 기회를 제약해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내수 활력 저하도 심각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급증하고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 필요성이 커지면서 가계의 실제 소비 여력이 축소되고 있다.
실제로 청년층이 꼽은 출산율이 매우 낮은 원인 1위는 과도한 주거비(33.9%)로 조사됐다.
반면 자산을 쥔 고령층은 자산 가치에 비해 소득이 적어 소비를 늘리지 못해, 자산 집중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차장은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사후적 생계 보전만으로는 누적된 자산 격차와 구조적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과도한 부동산 기대를 낮춰 가계 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할 것 ▲AI 등 기술 대체 위험 직군에 대한 선제적 전직 지원 및 포용적 교육 체계 구축 ▲조선·방산·원전 등 핵심 산업 투자와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강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