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블록체인으로 옮겨가는데…조각투자에 머문 한국 STO
입력 2026.06.10 07:16
수정 2026.06.10 07:16
바이낸스, 미국 주식 거래 진출
커지는 주식 토큰화 시장
SEC도 규제 정비 착수…한국은 '주춤'
국내 투자자 해외 유출 우려도
해외에서는 주식과 ETF 등 핵심 금융자산의 토큰화와 온체인 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국내는 여전히 조각투자 중심 STO 논의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디지털 자본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이 등장하는 등 해외에서 상장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하려는 주식 토큰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선 전통 금융자산과 블록체인 시장 간 결합이 본 궤도에 오른 모양새지만, 국내는 여전히 조각투자 중심의 토큰증권(STO) 논의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흐름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최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무기한 선물 상품을 순차 상장했다.
해당 상품은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주가 변동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으로 연중무휴 거래가 가능하며 최대 20배의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이는 전통 금융시장과 블록체인 시장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통 자본시장과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주가를 추종하는 파생상품과 실물자산 기반 토큰화(RWA), 전통 브로커와 연계한 주식 거래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낸스 역시 최근 일부 국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미국 주식·ETF 거래 서비스를 출시하며 관련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용자가 주문을 제출하면 중동 지역 브로커와 미국 브로커딜러를 통해 실제 시장에서 거래가 집행되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주식 토큰화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주식 토큰화는 주식과 ETF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24시간 거래와 소액 투자 등이 가능해지면서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실물연계자산(RWA) 시장 규모는 약 3411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식 토큰화 시장은 현재 약 15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지만 엔비디아, 테슬라, S&P500 ETF 등 핵심 금융자산을 온체인으로 이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상장주식과 ETF의 블록체인 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 성격의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제도를 검토하며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STO 시장은 여전히 조각투자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시행을 앞둔 STO 제도는 블록체인 기반 증권 발행과 유통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제 논의의 중심은 미술품, 부동산 수익권 등에 집중돼 있다.
주식과 ETF, 채권 등 핵심 금융자산의 토큰화 경쟁이 본격화된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논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등과 같은 조각투자 모델은 이미 여러 차례 사업화가 이뤄졌지만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해외에서는 주식과 ETF, 채권 등 핵심 금융자산의 토큰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도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STO 제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토큰화와 온체인 금융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제도 정비가 뒤처질 경우 투자 수요와 거래량이 해외 플랫폼으로 쏠리면서 투자자와 유동성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당수 국내 투자자들이 이미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외부 출고액 107조3000억원 가운데 약 90조원이 해외 사업자와 개인지갑으로 이동했다.
주식 토큰화와 온체인 금융 시장이 본격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제도 정비가 지연될 경우 새로운 투자 수요와 거래량이 해외 플랫폼으로 집중되면서 투자자와 유동성의 해외 유출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