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엉뚱한 댓글 테러…6·3 선거 불똥 맞은 연예계 [D:초점]
입력 2026.06.09 01:22
수정 2026.06.09 01:22
아이유·박보영 등 SNS에 댓글 무더기 게시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 물질적 지원 종용도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파장이 정치권을 넘어 대중문화계로 확산하고 있다. 선거 부실 관리를 규탄하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선관위나 정치권이 아닌, 일부 유명 연예인들을 향한 입장 표명 압박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데일리안 DB
실제 지난 주말 사이 가수 겸 배우 아이유를 비롯해 배우 박보영, 조인성, 이동욱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SNS에는 이번 지방선거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네티즌의 댓글이 무더기로 게시됐다.
이들은 연예인의 과거 행보를 언급하며 “민주주의의 기본인 투표권이 침해당했는데 왜 이번 사태에는 침묵하느냐” “과거의 정의는 선택적이었느냐”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등지에서 열리는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 물질적 지원을 종용하거나 직접 동참하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일부 대중이 이들을 집중적으로 압박하는 배경에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는 진영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당시 내세웠던 핵심 명분이 ‘부정선거 척결’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선거에서 발생한 부실 관리 사태가 당시 주장했던 부정선거의 증거라는 논리다.
이에 따라 당시 비상계엄 조치를 규탄하며 야당의 탄핵 정국에 간접적으로 소신을 보탰던 ‘개념 연예인’들을 향해, “이제 부정선거의 증거가 명백히 드러났으니 왜 이번에는 정부나 선관위를 규탄하지 않느냐”며 '모순된 태도 아니냐'고 지적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표출했던 개인의 신념을 빌미로, 대중이 연예인의 사상과 행동을 상시 검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헌정사적 특수 상황과 지방선거 부실 관리 사태는 인과관계나 성격 면에서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소신을 이유로 현재의 침묵을 무관심이나 위선으로 낙인찍는 행위는, 대중문화예술인이 가질 수 있는 소신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사안에 대해 개입하지 않을 ‘침묵할 자유’마저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직업이지만, 특정 진영이나 대중의 요구에 따라 정치적 행동을 강제 당할 의무는 없다.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 영역이다. 대중이 연예인의 영향력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대변할 도구로 삼으려는 행위는 아티스트에게 과도한 정신적 압박을 주는 사이버 불링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연예계 내부에서는 진영 논리에 갇힌 네티즌의 무분별한 해명 요구와 낙인찍기로부터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아티스트의 정신적 피해를 방지하고 표현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각 기획사 차원에서의 전방위적인 악성 댓글 모니터링과 심리적 보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아티스트의 소신과 본업인 문화예술 활동을 분리해 바라보는 대중의 성숙한 인식 변화도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