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세력 없는 권력, 반드시 부패한다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6.06.07 07:00
수정 2026.06.07 07:00
與, 대통령부터 국회·지방행정 권력 확보
절제 못할 경우 '독주·오만 프레임' 우려
尹정부 시절 견제 필요성 강조했던 민주당
절제와 균형의 원칙 지켜낼지 주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뉴시스
6·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차지했고, 재보궐선거도 14곳 중 9곳에서 승리를 거두며 전국 단위 선거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인했다. 서울과 대구·경북·경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승기를 잡으며 지방권력까지 사실상 범여권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거둔 성적표는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미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데 이어 지방행정 권력까지 상당 부분 손에 넣으며 향후 국정 운영 동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결과를 두고 "국정 초기 안정적 동력 확보", "민생 정책 추진 기반 마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 시절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반복됐던 갈등과 국정 마비 상황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책 엇박자가 줄어들 경우 속도감 있는 정책 집행도 가능해질 수 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압승이 오히려 민주당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동시에 제기된다.
정치에서 권한이 커질수록 책임도 비례해서 커진다. 앞으로 민생 악화나 인사 논란, 정책 실패가 발생할 경우 책임론 역시 민주당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처럼 '야당 반대로 추진이 어렵다'거나 '지방정부 협조가 부족하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다. 국회 다수 의석에 대통령 권력, 지방권력까지 손에 쥔 상황에서 책임 역시 온전히 민주당 몫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더 우려되는 지점은 '견제 없는 권력'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 승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수의 힘도 중요하지만 권력 균형 또한 민주주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권력은 견제받을 때 건강하게 작동한다. 반대로 견제가 약해질수록 독주 유혹은 커지고 오만은 싹튼다.
야권 견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스스로 절제하지 못할 경우 자칫 '독주 프레임'이나 '오만 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압승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역대 정부 역시 높은 지지율과 강한 권력을 기반으로 출범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독선 논란과 민심 이반을 겪은 사례가 반복돼 왔다.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실망 역시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이러니한 점은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시절 가장 강하게 주장했던 명분도 '권력 견제'였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당시 검찰권 남용, 대통령실 독주, 거부권 정치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견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정치 지형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민주당은 견제하는 위치가 아니라 견제받아야 할 위치에 서게 됐다. 국회 다수 의석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과거 자신들이 외쳤던 절제와 균형의 원칙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을지가 향후 정치적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승리 이후다. 권력이 강해질수록 더 낮아져야 한다는 정치의 오래된 원칙, 그리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결국 부패한다'는 경고를 민주당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던졌던 그 경고를 이제는 스스로에게 돌려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