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공방…“당연한 책무” vs “판단 불가”
입력 2026.06.04 16:33
수정 2026.06.04 16:33
최임위 제3차 전원회의 개최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 여부 논의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의 시선이 서로 다른곳을 향해 있다. ⓒ뉴시스
택배·배달기사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두고 노사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3차 전원회의를 열고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도급제 근로자는 근로 시간이 아닌 일한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사람으로, 배달라이더·택배기사·대리기사 등 특고·플랫폼 종사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계약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임위에 보낸 심의 요청서에서 도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공식 요청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노동계는 도급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가 마땅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도급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는 전통적 경계가 허물어진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권적 조치”라며 “예외적인 특혜가 아니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870만명에 달하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도둑맞은 이름과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배달기사·대리기사·학습지 교사 등은 계약 형태만 개인사업자이고 실질적으로 사용자 지휘·통제 아래 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근로자성 판단이 선행돼야 하며 최임위가 이를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제도”라며 “논의 대상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최임위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류 전무는 “도급제 근로자라 하더라도 계약 조건이나 일하는 방식·근로시간·업무 강도 등이 개별 근로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어 별도 단위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게 이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도급제 고유의 유연성을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현장의 다양한 보수 산정 방식과 근로실태를 비롯해 제도가 작동하는 구체적인 맥락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섣부른 결론보다 사실과 자료에 기반해 하나하나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동부가 진행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도급 노동자 적용 심의가 마무리되면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 양측의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은 이달 중순께 나올 예정으로,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보다 2.9%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