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슈팅 7번에도 열리지 않은 골문…골 가뭄 걱정 안고 대표팀행
입력 2026.05.25 12:58
수정 2026.05.25 12:58
리그 14경기 0골-9도움, 북중미컵에서만 2골
대표팀 합류, 유타 고지대 캠프서 영점 조율
손흥민. ⓒ AFP=-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영원한 간판공격수 손흥민(34·LAFC)의 발끝이 차갑게 식어있다.
손흥민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사운더스와의 '2026 미국프로축구(MLS)' 15라운드 홈 경기에서 팀의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번 경기는 홍명보 감독이 북중미 월드컵 국가대표 최종 명단을 발표한 이후, 손흥민이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치른 '마지막 모의고사'였다. 당연하게도 축구팬의 시선은 그의 발끝에 쏠렸다. 대표팀 합류 직전 시원한 득점포를 가동하며 월드컵을 향한 예열을 마치기를 바라는 염원 때문이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시애틀의 베테랑 센터백 김기희와의 '코리안 더비'까지 성사되며 긴장감을 더했으나, 결과적으로 손흥민은 아쉬운 공방전 끝에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결과론적으로는 침묵이었지만,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골을 향한 집념과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손흥민은 평소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과감한 슈팅 시도로 전반전에만 무려 5개의 슈팅을 몰아치는 등 경기 전체를 통틀어 7개의 슈팅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전반 38분 라이언 포티어스의 슛을 골문 앞에서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연결하며 시애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불과 5분 뒤인 전반 43분에는 페널티지역 한참 바깥에서 특유의 전매특허인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려봤으나 두 차례 모두 공은 골대를 살짝 빗겨 나갔다.
손흥민. ⓒ AFP=-연합뉴스
후반에도 손흥민의 '골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사투는 이어졌다. 0-0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22분에는 에디 세구라의 측면 크로스에 타이밍을 맞춰 높게 뛰어오르며, 좀처럼 보기 드문 타점 높은 헤더 슈팅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골문을 외면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결정적인 순간은 후반 32분이었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마르코 델가도가 찔러준 날카로운 컷백을 이어받은 손흥민은 지체 없이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다. 공은 수비수의 몸을 맞고 굴절되며 낮게 깔린 채 골문 구석으로 향했으나, 이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쳐낸 상대 골키퍼 앤드루 토머스의 슈퍼 세이브에 가로막혔다. 손흥민은 머리를 감싸 쥐며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비록 손흥민의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LAFC는 후반 41분 타일러 보이드의 크로스를 티모시 틸먼이 슬라이딩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1-0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최근 리그 3연패의 사슬을 끊어낸 LAFC는 서부 콘퍼런스 5위(승점 24)로 뛰어올랐고, 올 시즌 리그 최소 실점(11골)을 자랑하던 시애틀은 경기 막판 손흥민을 신경 쓰다 방패가 뚫리며 6위로 내려앉았다.
올 시즌 손흥민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가우뚱할 만한 기이한 수치가 눈에 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14경기에 출전해 단 1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9개의 도움만을 기록하고 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동료들의 골을 돕는 '특급 조력자'이자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8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득점은 단 2골에 불과하다.
손흥민.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손흥민의 지독한 골 가뭄은 통산 4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를 앞둔 상황에서 홍명보호의 분명한 악재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무대는 MLS나 아시아 지역 예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에 놓인 채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표팀이 승리를 거두거나 이변을 연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적은 기회를 확실하게 득점으로 연결해 줄 수 있는 확실한 해결사의 존재다. 그리고 그 역할을 책임져야 하는 인물은 단연 손흥민이다.
반면 손흥민의 발끝이 본선 무대에서도 침묵한다면, 상대 수비수들은 손흥민에게 향하는 패스 길목만 차단한 채 대한민국의 다른 공격 자원들을 한결 수월하게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곧 대한민국 대표팀 전체 공격 루트의 정체와 전술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낳게 된다. 캡틴의 골 가뭄을 단순한 '소속팀에서의 전술 탓'으로 치부하며 방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지나친 비관론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손흥민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 증명해 왔던 스타다. 실제로 과거 월드컵 직전 소속팀에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거나 부상으로 신음하다가도, 본선 무대 조별리그 결정적인 순간에 기적 같은 득점포를 가동하며 흐름을 바꾼 기억이 팬들에게 생생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독일전의 극적인 쐐기골이 그러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안와골절 부상으로 마스크를 쓴 채 임하면서도 포르투갈전에서 황희찬의 결승골을 도운 기적 같은 어시스트가 그랬다.
소속팀 일정을 모두 마친 손흥민은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마련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전캠프에 합류한다. 유타주는 해발 고도가 높은 고지대로, 선수들의 심폐 기능 강화와 북중미 월드컵 본선 기후 및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