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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 단체교섭 의무 없어"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5.21 15:57
수정 2026.05.21 15:57

대법원 전원합의체, 하청노조 상고 기각

HD현대중공업 "법원 판결 존중…성실히 교섭"

노조 "하청노동자 노동권 외면" 반발

금속노조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단체교섭 청구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대법원이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에 응하라며 낸 소송에서 하청노조 측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이 확정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 전인 구 노동조합법 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기존 법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존 판례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할 때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지배·개입하지 않을 의무 등 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근로자의 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며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청노조는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며 2016년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7년 1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HD현대중공업이 단체교섭 의무를 지지 않는다며 하청노조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하청노조의 불복하면서 사건은 2018년 12월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이후 선고까지 7년 넘게 걸리면서 원청 사용자성을 둘러싼 법적 공백과 현장 갈등도 함께 커졌다.


이 기간 노동관계법 환경도 달라졌다. 올해 3월에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 2·3조가 시행되며 사용자 범위가 기존보다 넓어졌다. 개정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노동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번 사건은 개정법 시행 전 제기된 소송이다. 대법원은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기존 판례처럼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기준으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교섭 의무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날 금속노조는 선고 직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에도 원청 교섭 요구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오늘의 판결이 우리의 투쟁을 멈추게 할 수 없다"며 현장 조직화와 하청·이주 노동자와의 단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HD현대중공업을 향해 "판결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며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경우 더 큰 저항과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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