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배터리' 외쳤던 금양, 결국 상폐…'배터리→텅스텐' 회생도 실패
입력 2026.05.21 14:47
수정 2026.05.21 14:47
한때 시총 10조원 육박…유증·광산 논란에 시장 신뢰 흔들
외부 감사인,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거래소 상폐 결정
텅스텐 수익 확보 계획도 무산…가처분 신청에 잠정 중단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금양 부스 ⓒ연합뉴스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을 넘보던 이차전지 대장주 금양이 증시 퇴장 수순을 밟게 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소재인 텅스텐 사업까지 내세우며 회생을 시도했지만, 상장폐지가 결정되면서 약 24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금양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금양은 앞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바 있다. 감사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재무제표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금양의 외부 감사인은 지난 3월 “2025년 12월 31일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6112억원 초과하고 있다”면서 감사의견을 재차 거절했다.
발포제와 정밀화학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한 금양은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원통형 배터리 개발과 몽골 광산 투자, 부산 기장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배터리 아저씨’로 불린 박순혁 전 홍보이사가 회사의 이차전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금양은 2022~2023년 이차전지 광풍의 대표 수혜주로 떠올랐다. 특히 몽골 광산 투자와 46 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양산 계획이 부각됐던 2023년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장중 19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 확장 과정에서 무리한 자금 조달이 이어지며 재무 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이차전지 업황이 둔화한 가운데 금양은 2024년 약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가 이어지면서 결국 이를 철회했다. 거래소는 이를 공시 번복으로 판단해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고, 벌점 누적으로 관리종목에 편입했다.
몽골 광산 사업도 악재로 작용했다. 금양은 광산 지분 인수를 통해 향후 대규모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공시했지만, 이후 실적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췄다. 이 과정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며 시장 신뢰도도 흔들렸다.
무엇보다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이차전지 사업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양의 2025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028억원, 영업손실은 44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이차전지 부문 매출은 2억7000만원 수준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약 450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본업인 발포제가 대부분 매출을 책임진 셈이다.
상장폐지 위기 속 금양은 마지막 카드로 AI 반도체용 텅스텐 사업을 꺼내 들었다. 금양은 지난달 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하고, 몽골 광산 텅스텐 생산을 통한 실적 개선 계획을 제시했다.
반도체 시장 호황 속 ‘HBM4’ 핵심 소재인 텅스텐의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금양은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텅스텐 양산을 개시, 해당 수익으로 회사 운영 안정화와 주요 사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결과적으로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을 막지 못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양이 제출한 개선계획 이행내역서와 이의신청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심의를 진행했다”면서도 “감사의견 거절 사유가 3개월 내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며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정리매매 기간 내 주식을 처분하지 못할 경우 비상장주식으로 전환돼 장외시장에서 개인 간 거래를 해야 하는 만큼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주 커뮤니티에서는 “이차전지 테마주였던 기업의 배터리 매출이 2억원대인게 말이 되느냐”, “대국민 사기극” 등의 날선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거래소는 오는 26일 상장폐지를 예고한 뒤 이후 7영업일간 정리매매를 거쳐 상장폐지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금양이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며 상장폐지 절차는 잠정 중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