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수출 영토' 세계 99% 진출…"점유율 높일 때"
입력 2026.05.21 12:00
수정 2026.05.21 12:00
시장가치 기준 세계 제조업 시장의 99%, 품목 수 96% 진출
외연 확대는 사실상 완료...수출 주력 엔진 세대교체 등 과제
ⓒ대한상공회의소
전 세계 제조 품목의 96%, 시장가치 기준 99%를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을 넓혀온 한국 제조업이 ‘양적 성장’을 넘어 시장 내 점유율 확대와 교역 구조 내실화 등 ‘질적 성장’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전 SGI)이 21일 발표한 ‘한국 제조업의 수출 구조 변화와 무역 특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시장가치 기준 세계 제조업 교역의 99%(품목 수 기준 96%)에 진출해 있다. 또 약 220개국에 수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 대부분에서 주요 공급자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용 중화학 줄고 반도체 장비·배터리 소재 뜨고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국제 통상 질서 변화에 따라 한국 수출의 중심축도 친환경·첨단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수출 시장 역시 미국·베트남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2007년과 2023년 상위 50개 수출 품목(HS 6단위 기준)을 비교한 결과, 반도체 제조장비, 이차전지 소재, 바이오 관련 품목 등 16개 품목이 새롭게 진입했다. 반면 과거 수출 성장을 이끌었던 범용 석유화학·철강 소재, 내연기관 화물차, 가전 완제품 등은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제조장비, 반도체 장비 부품, 집적회로 부품, 전기차 포함 승용차, 태양광셀·LED, 바이오의약품, 화장품, 배터리 소재 등이 새롭게 부상했다.
반면 스티렌, 테레프탈산, PET, 디젤 승용차, 디젤 화물차, 컬러TV 수신기, 컴퓨터 모니터 등은 순위에서 제외됐다.
이는 글로벌 친환경·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춰 한국 제조업 구조가 범용 중화학 중심에서 첨단·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美 비중 확대·베트남 부상… 수출 시장 지형도 변화
수출 상위 5개국의 지형도 변화했다. 중국은 여전히 최대 수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제조업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7.0%에서 2023년 20.9%로 6.1%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미국 비중은 같은 기간 14.0%에서 17.7%로 3.7%포인트 상승하며 중국과의 격차를 좁혔다. 베트남은 2010년대 중반 이후 3위 수출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2020년대 들어서는 대만이 5위권에 진입했다.
보고서는 이를 미·중 갈등 심화와 경제 블록화 흐름 속에서 공급망 다변화와 주요 시장 경쟁력 유지를 위해 국내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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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보다 내실”… 시장 점유율 확대·공급망 안정화 필요
보고서는 한국 제조업이 외형적 확장 단계를 넘어 수출 구조의 내실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개별 품목의 글로벌 실질 점유율은 2010년대 후반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며 2023년 3.5%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신규 시장 개척이나 품목 다변화를 넘어 기존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반도체 장비 등 일부 첨단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도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무역특화지수(TSI) 분포를 분석한 결과, 2007년에 비해 수출과 수입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던 품목 비중은 줄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특화지수(Trade Specialization Index)는 특정 품목의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값을 전체 교역액(수출+수입)으로 나눈 지수로, +1에 가까울수록 수출 특화, -1에 가까울수록 수입 특화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수출 상위 50개 품목의 평균 무역특화지수는 여전히 0.6~0.7 수준으로 높은 편이었다. 친환경차(EV)와 바이오의약품은 글로벌 성장성과 높은 무역특화지수를 동시에 보였지만, 반도체 웨이퍼 제조장비, 반도체 장비 부품, 태양광셀·LED 등은 수출 증가와 함께 수입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박가희 상의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역특화지수 분포 변화는 국가 간 경쟁력 변화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일부 첨단 산업에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는 만큼 공급망 안정성 차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상의경제연구원은 한국 제조업 수출이 외연 확장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한 만큼 기술·품질 경쟁력 확보와 핵심 소재·부품 공급망 강화, 경제 블록화 대응 등을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박양수 상의경제연구원장은 “미·중 패권 경쟁과 중동 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양자·다자 경제협력을 통한 공급망 안정적 관리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