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내고향 응원·펄럭인 인공기, 여기는 어디입니까 [기자수첩]
입력 2026.05.21 10:33
수정 2026.05.21 10:34
남북 모두 응원하겠다던 공동응원단, 내고향에 일방적 성원
수원FC 위민 지소연 페널티킥 실축 때는 환호성 터져
응원 기운 받은 내고향, 경기 후 대형 인공기 펼치며 자축
20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의 경기서 2-1로 승리한 내고향 선수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뉴시스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인 수원FC 위민, 경기 내내 속상했다.”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준결승전은 보는 내내 씁쓸함을 안겼다.
북한 스포츠 선수가 방한해 경기를 치르는 것은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다. 여자축구 종목으로 한정하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었다.
모처럼 펼쳐진 남북 대결에 많은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정부는 이날 경기를 위해 200여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남북 공동응원단에 티켓 구매, 피켓 준비 등 명목으로 남북협력기금 3억원을 지원했다.
북한 선수단 응원에 적지 않은 혈세가 투입되는 것과 관련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기도 했는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북한팀 응원이 아닌 남북팀 모두를 응원할 거라고 강조하고 나섰던 공동응원단이었지만 명칭이 무색하게 이들의 응원은 내고향여자축구단에 일방적으로 쏠렸다. 안방서 치른 경기였지만 온통 관심은 내고향여자축구단쪽으로만 향해 있었다.
심지어 후반 34분 수원FC 위민 주장 지소연의 페널티킥 실축이 나올 당시에는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패배 후 아쉬움의 눈물 쏟는 지소연. ⓒ 대한축구협회
제대로 된 응원을 받지 못한 수원FC 위민은 결국 분투 끝에 1-2로 역전패를 당했고, 결국 홈구장 한복판에 펼쳐지는 인공기를 바라봐야 하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수원FC 위민의 박길영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공동응원단의 응원이 내고향여자축구단 쪽으로 치중된 것에 대해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인 수원FC 위민”이라며 “사실 여러 가지로 경기 하는 내내 속상하기도 하고, 마음이 조금 그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안방서 역차별을 당한 듯한 모습은 경기에서 뿐만이 아니다. 당초 내고향여자축구단과 같은 숙소를 배정받은 수원FC 위민 선수들은 AFC의 일방적 통보에 결국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억울함도 겪었다.
사실상 안방을 내준 수원FC 위민은 내고향여자축구단 뿐만이 아니라 설움과도 싸워야 했다.
이날 경기를 현장서 지켜본 주무 부처 장관인 최휘영 문화체육부 장관을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등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