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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태서 드러난 'MZ 문화'…"대의보단 실리주의"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5.21 07:23
수정 2026.05.21 09:38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조합원 이익 우선하며 세력 급속 확장

DS 부문 주도…DX 부문 조합원과 갈등 표면화되기도

DX 부문 직원 "단 5명의 지도부, 13만 직원 처우 결정"

전문가 "협상의 대상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명쾌하게 정리해야"

20일 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사진 왼쪽)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사진 가운데)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성과급 지급 기준과 제도화를 놓고 교섭을 이어 온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총파업이라는 큰 고비는 넘겼다.


이런 가운데 과거의 노동운동이 투쟁과 연대, 그리고 사회적 가치나 이념을 중시했던 것과 달리 MZ세대(1980년~2000년 출생자) 중심의 삼성전자 노조는 철저하게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과 보상을 최우선으로 삼는 '실리주의' 노선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들이 내세운 실리주의가 역설적으로 노조 내부의 심각한 분열과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20일 밤 조합원을 대상으로 애초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예정했던 총파업을 유보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교섭 과정에서 보여줬던 삼성전자 노조의 움직임은 다른 노조와 결이 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경우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나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가입을 하지 않았는데 정치 투쟁을 거부하고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같은 독자 노선에 대한 호응과 성과급 제도에 대한 불만이 겹치며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수는 지난 19일 오후 5시 기준 7만명을 넘어 7만965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 초 9500명 수준에서 불과 8개월 만에 7배가 넘게 확장한 것이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사측에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43조4855억원인데 사측 입장에서는 이중 15%인 약 51조원의 추가 성과급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이번 교섭 과정에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순간 노조 동력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실리주의 노선의 태생적 취약성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체 조합원의 80%를 차지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파업을 주도하면서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조합원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DS 부문이 주도하는 초기업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성과급 재원 중 70%는 DS 부문 전체에게 나눠주고 30%는 사업부별로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DX 부문 조합원들은 임금 및 성과급 협상안이 DS 부문에 유리하게 수립된 점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 한때 약 7만6000명까지 올라갔던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DX 부문 조합원들의 잇단 탈퇴로 7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기 전인 이날 오전 수원지방법원에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 중단 가처분 심문기일에 출석했다.


이들은 초기업노조를 겨냥해 "노동조합법과 규약상 교섭 요구안은 총회나 대의원회 의결이 필요하지만, 집행부는 적법한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전체 조합원의 동의 없이 단 5명의 지도부가 13만 직원의 처우를 결정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갈등 구조가 다원화하는 상황에서 이익 간 충돌이 벌어졌을 때 예전보다 더욱 응집이 어려울 것이고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노동자가 될 것"이라며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명쾌하게 정리해야 앞으로 갈등 구조가 더욱더 복잡해지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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