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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고쳐도…밸류업 가로막는 삼전 노사 리스크 ‘복병’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5.21 11:54
수정 2026.05.21 13:22

총파업 하루 앞두고 극적 봉합

생산 차질 위기 넘겼으나 잠재 리스크 여전

노사 갈등으로 밸류업 갉아먹을라

거버넌스 몰두한 밸류업 지표 개선해야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삼성전자 노사 간 협상이 극적으로 파행을 면하며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상황이 일단락됐다.


최악의 셧다운 위기는 넘겼으나. 대기업의 노사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핵심 정책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복병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 노사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중재로 진행된 자율 교섭을 통해 극적으로 임금협상 관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DS) 부문 특별성과급 신설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최대 6억원의 파격적인 보상을 받게 됐다.


적자가 유력한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도 올해 최소 1억6000만원 상당의 보상을 받게 됐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오는 22일부터 노조 찬반 투표를 거친다. 투표에서 통과돼야 공식 합의안 요건을 갖게 된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 결렬로 생산라인 셧다운 우려까지 치솟았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이번 사태로 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밸류업 정책에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간 정부는 주로 대주주의 불투명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혁이나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적 재무지표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추진되며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주주 배당금은 35조원을 넘어섰다. 1년 새 4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개선되고 배당이 확대되더라도 이번 사태처럼 ‘노사 리스크’로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자본시장에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재원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주주 배당 및 자사주 환원, 임직원 인건비와 성과급 등으로 활용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총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리스크는 방어했지만, 사업 성과의 10.5%에 달하는 대규모 성과 보상을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비탄력적인 고정비가 발생하게 됐다.


수조원의 자금이 인건비로 빠져나가게 되면 반대급부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및 주주환원에 쓰일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여느 때보다 치열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은 자칫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으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외신에서도 이번 사태를 단순 내부 갈등이 아닌 글로벌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적인 변수로 바라보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로이터통신은 “노사가 잠정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한국 경제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했던 위기는 모면했다”면서도 “일부 투자자들은 파업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보다 향후 인건비가 영구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글로벌 AI 인프라 붐을 통해 거두고 있는 막대한 이익에 대해 노동자들이 더 큰 몫의 분배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이번 노사 갈등은 한국 전역에서 고조되는 긴장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목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상 가동하려면 PBR(주가순자산비율),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기업의 재무 건전성 지표뿐만 아니라 노사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한단 목소리가 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 강성 노조와 노동 경직성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밸류업 성공을 위해선 지배구조 개혁뿐만 아니라 노사 관계 안정성이나 인건비 리스크 관리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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