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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위해 부동산 규제 만지작?…금감원 “해외 사례 연구”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5.21 06:08
수정 2026.05.21 06:08

금감원, 호주·유럽 부동산 자본규제 사례 연구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만으론 한계” 공감대

금융권 “기업금융은 고RWA 구조…생산적 금융 부담 커”

한국금융연구원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 금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황준하 금융감독원 은행리스크감독국장, 윤여준 PwC 컨설팅 상무,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장, 김진홍 금융위 금융산업국장,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 강유석 딜로이트 안진 전무, 배창욱 하나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 신장수 금융위 은행과장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부동산 자금을 기업·첨단산업으로 돌려야 한다’는 생산적 금융 논의가 단순 기업금융 확대를 넘어 부동산 관련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방향까지 확장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제 건전성 규제 체계인 바젤3 틀 안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험가중치 차등 적용과 부문별 시스템리스크 버퍼(SSyRB) 등 해외 규제 사례를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 금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단순히 기업금융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 자체를 조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현재 국내 은행권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국제 건전성 규제 체계인 ‘바젤3’에 따라 자본 규제를 받고 있다.


바젤3 체계에서는 위험도가 높은 자산일수록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


문제는 생산적 금융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대출·벤처투자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받는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무등급 기업 익스포저의 위험가중치는 기본 100% 수준이며, 주식 익스포저는 일반적으로 250%, 일부 비상장 벤처·모험자본 투자에는 400%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가중치 체계를 적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부터 내부등급법 적용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상향했지만, 여전히 기업금융 대비 자본 부담은 낮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바젤3 최종안의 ‘산출하한(Output Floor)’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은행권은 전체 위험가중자산(RWA)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구조가 결과적으로 은행들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을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왼쪽부터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여준 PwC 컨설팅 상무, 배수임 금융위원회 사무관,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황준하 금융감독원 은행리스크감독국장, 배창욱 하나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 강유석 딜로이트 안진 전무,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강유석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최근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 상향과 관련해 “리스크량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은행·금융지주들이 보유한 전체 RWA 규모가 워낙 크다”며 “신규 주담대에서 늘어나는 리스크량만으로는 은행들의 자본 배분 구조나 영업 전략에 당장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황준하 금융감독원 은행리스크감독국장은 “생산적 금융의 개념 자체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단순히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 생산적 금융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황 국장은 강 전무의 의견에 대해 공감하며 단순한 위험가중치 하한 상향만으로는 생산적 금융 확대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이 20% 수준인데 호주는 2주택자 주담대에 50%를 적용하고 LTV가 높은 대출에는 더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며 “바젤 기준보다 낮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높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에서는 특정 부문의 거시 시스템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면 추가 자본 버퍼를 부과하는 부문별 시스템리스크 버퍼(SSyRB)를 운영하고 있다”며 “주택가격이 급등했거나 주담대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관련 익스포저가 큰 은행에 특별히 자본을 더 부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처럼 주택 가격이 급증하거나 주담대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 주담대 비중이 높은 은행에 대해 그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서 사례들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연구 중이라는 것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국장은 또 “한국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회원국으로 규제이행평가(RCAP)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평가받으면 금융회사 신인도에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바젤 기준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자본 규제 합리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미나 참석자들도 바젤3 체계 하의 현행 규제가 결과적으로 부동산 중심 자금 배분을 강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젤3 최종안의 표준방법 강조가 지나칠 경우 은행들이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유인이 커진다”며 “이는 생산적 금융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건전성 제고와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라는 두 가치가 양립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여준 PwC컨설팅 상무도 “생산적 금융 관련 자산 유형들은 어쩔 수 없이 고위험의 고RWA 자산들”이라며 “그쪽에 투입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생산적 금융의 건전성 규제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자본 흐름의 구조적 전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바젤3 기본 골격은 유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은행권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 체계 논의가 장기화될 경우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배창욱 하나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은 “생산적 금융은 결국 기업대출과 투자 확대인데, 동시에 밸류업과 자본비율 관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RWA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생산적 금융 관련 자산은 고위험·고RWA 자산이 많다”며 “국민성장펀드나 모험자본 투자 확대 과정에서도 자본 부담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가 단순한 위험가중치 조정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결국 핵심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얼마나 제대로 발굴하고 평가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좋은 기업들에 대한 데이터와 기록이 충분히 축적·공유돼야 금융기관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생산적 금융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 자본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실질적인 부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정보 인프라 구축이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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