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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T, ‘인돌’ 골격에 선택적으로 질소 삽입…새로운 반응 경로 설계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5.14 14:45
수정 2026.05.14 16:42

고온·위험 시약 대신 온화한 조건에서

안전한 시약 사용해 공정 효율도 향상

GIST 화학과 정원진 교수 연구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의약품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분자 편집 기술을 개발했다. 고온·위험 시약 대신 온화한 조건에서 안전한 시약을 사용해 공정 효율도를 끌어올렸다.


GIST는 화학과 정원진 교수 연구팀이 의약품의 핵심 골격으로 널리 쓰이는 인돌(indole) 구조에 질소 원자를 원하는 위치에 삽입하는 새로운 분자 편집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화학 분야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분자의 중심 골격을 직접 바꾸는 골격 편집(skeletal editing) 기술이 차세대 유기합성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분자를 새로 합성하는 대신 특정 원자만 삽입하거나 제거해 분자 구조를 빠르게 바꾸는 방식으로, 복잡한 생리활성물질의 구조를 효율적으로 변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인돌은 자연계와 의약품에 매우 흔하게 존재하는 질소 고리 화합물로,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기본 구조로 활용된다.


그러나 기존 방식은 질소 원자가 특정 위치에만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나이트렌 기반 반응을 사용하기 때문에 질소가 결합할 수 있는 위치가 사실상 정해져 있어 결과적으로 퀴나졸린과 같은 특정 구조로 생성물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질소 원자 2개가 서로 마주보는 형태의 퀴녹살린은 항암·항균·항염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화합물군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존 합성법으로는 구조 선택성이 낮고 합성 과정도 복잡해 다양한 형태의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 질소 삽입 반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반응 경로를 설계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이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질소 공급원 역할을 하는 나이트로소기를 인돌에 도입한 뒤 작용기가 분자 내부에서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이후 산소를 제거하는 탈산소 반응과 동시에 분자 재배열이 일어나면서 인돌 내부에서 기존 반응으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탄소-탄소 결합 부위에 질소 원자 하나가 새롭게 삽입된 고리 구조가 형성된다.


기술은 인돌 내부에서 기존 방법으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위치에 질소를 선택적으로 삽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고온이나 많은 양의 위험한 시약이 필요한 기존 방식과 달리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필요한 양의 안전한 시약만으로도 반응이 가능해 다양한 구조의 퀴녹살린 화합물을 효율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 의약품을 대상으로 이 기술의 적용 가능성과 실용성을 검증했다.


수면유도제 멜라토닌, 발기부전 치료제 타다라필, 항고혈압제 레세르핀 등 구조가 복잡한 인돌 계열 상용 의약품에 이 반응을 적용했다.


그 결과 약물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퀴녹살린 구조를 갖는 새로운 유도체로 전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험과 계산화학 분석을 결합해 이번 반응이 기존의 나이트렌 기반 질소 삽입 반응과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규명했다.


특히 나이트로소기가 분자 내부에서 이동한 뒤 질소 삽입이 일어나는 새로운 반응 경로를 확인했으며 이를 통해 기존에는 어려웠던 위치 선택성이 구현되는 원인을 밝혔다.


또 반응 속도와 진행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해, 반응 도중 일시적으로 생성되는 중간 단계의 구조와 속도 변화를 확인함으로써 새로운 반응 경로의 타당성을 뒷받침했다.


이는 기존 의약품의 구조를 정밀하게 변형해 새로운 약효를 탐색하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원진 교수는 “연구는 원자 단위에서 분자 골격을 정밀하게 재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편집 전략을 제시한 성과”라며 “기존과는 다른 반응 메커니즘을 통해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화합물 구조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향후 신약 개발과 기능성 분자 설계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상위 5% 이내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세시스’에 지난달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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