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과 N분의1 하자는 김용범…"공산주의 용어냐" 이건희 소환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6.05.13 11:49
수정 2026.05.13 13:04
'국민배당금' 언급으로 주식시장 상승세에 제동
자유시장경제 체제 뒤엎으려는 속내 들통났나
초과이익공유제 향한 故 이건희 회장의 일갈 떠올라
청와대는 '개인의견' 이라지만…국민 경각심 가져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시장경제를 파괴하고자 하는 자들의 야욕이 스멀스멀 새 나온다. 아직까진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달콤함을 계속해서 누리고 싶은 국민들이 더 많은지라 대놓고 뒤집어엎자는 소린 못하지만, 은연중에 혹은 간보기 식으로 속내를 드러낸다.
AI(인공지능) 인프라 시대에 기업들이 거둔 이익을 국민에게 ‘배당’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권력의 핵심’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구조적 희소성과 지속적 초과이윤을 기반으로 한 ‘기술독점 경제에 가까운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우리 기업들이 AI붐에 힘입어 창출하는 이익이 ‘정당하지 못한 결과물’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부정한 이익으로 낙인을 찍으면 빼앗을 논리를 만들기도 쉽다.
권력 핵심 인사의 언급은 묵직한 파장을 낳는다. 힘들게 벌어들인 돈을 졸지에 전 국민과 ‘N분의 1’ 하란 소릴 들은 기업들은 물론이고, 인당 수억원씩의 성과급으로 한몫 챙기려던 노동계도 난데없는 폭탄 발언의 파편을 맞았다.
청와대까지 경고음을 전달한 것은 주식 시장이었다. 12일 장이 열리자마자 급등하며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던 코스피 지수는 ‘김용범 효과’로 5% 넘게 추락했고, 전날보다 2.29% 내린 7643.15를 찍은 채 마감했다. 본인은 부인하고 싶을지 몰라도 코스피 시장을 뒤흔든 게 그의 발언이었다는 것은 국내 언론 뿐 아니라 블룸버그와 같은 외신에도 떠들썩하게 보도됐다.
코스피 지수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워 온 가장 큰 치적(治績)이다. 그걸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사람이 망쳐놨다.
청와대는 즉각 출입기자들에게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하지만 내부 논의나 검토 없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개인 의견’을 낸 사람에 대해 경고 등의 조치는 없었다.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국민배당금’ 얘기가 청와대와 정부에서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무시하고 넘어갈 얘기라면 다행이겠지만, 불안감은 남아있다.
김용범 실장은 문제의 ‘개인 의견’을 철회하지도, 해명을 내놓지도 않았다. 말실수였다든지, 원래 그런 의미가 아닌데 잘못 받아들였다든지 일언반구도 없다. 진심이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번 돈을 (법인세와 별개로) 정부가 거둬들여 배분하겠다는 식의 주장이 이번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아니다. 정부, 정치권, 학계를 막론하고 소득 양극화 등의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게 ‘빼앗아 나눠 먹자’는 논리다.
그나마 ‘노골적’이 아닌 ‘슬그머니’인 것은 아직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공개적으로 뒤집어엎기에는 사상적 기반이 빈약함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김 실장 발언처럼 슬그머니 던졌다가 반응이 부정적이면 슬그머니 회수하거나 꼬리 자르기를 하는 식이다.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친 시장적 구호를 내걸고 정권을 잡았다. 자유시장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주식시장 전광판의 그래프는 대통령 지지율과 비례한다.
하지만 근본적 가치관이자 궁극적 목표가 자유시장경제 파괴에 있다면, 그리고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국민배당금’ 발언이 은연중에 새어 나온 진심이라면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시장경제체제를 위협하는 사상을 정부 정책에 교묘하게 밀어 넣으려는 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 대표적인 말이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정운찬 당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주장에 대해 던진 일갈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고인처럼 ‘불순한 의도’에 직설적인 목소리를 낼 큰 어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가 또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을 교묘하게 둔갑시켜 시장경제체제를 위협하진 않을지 국민 스스로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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