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중독] '디지털 성범죄' 주축 떠오른 10대…놀이된 '성착취물 제작·유포'
입력 2026.05.13 12:00
수정 2026.05.13 12:00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59.1% 10대…성인 압도
10대 성범죄 공범 비율 12%…피해자 친구·또래
법조계 "딥페이크 입문 쉬워…죄책감도 못 느껴"
촉법소년, 포렌식 불가해 수사 어려움도 뒤따라
ⓒ클립아트코리아
10대들의 디지털 성범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딥페이크(Deepfake) 성범죄자 비율은 59.1%를 기록했고, 또래와 함께 성범죄를 저지른 공범의 비중도 성인의 3배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성범죄는 진화하며 혐의 입증과 검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10대들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과정에서 오픈 인공지능(AI)과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촉법소년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압수수색이나 휴대폰 포렌식, 폐쇄회로(CC)TV 열람이 불가능해 수사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 가운데 피해자는 양산되고 있다. 10대들이 저지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상당수는 지인과 친구들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선 동급생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경각심 재고와 함께 처벌 강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발생한 텔레그램 '박제방 사건'은 10대들이 저지르는 디지털 성범죄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청소년성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10대 남성 A군 등 3명을 검거해 2명을 구속했다. 1명은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7개월 간 텔레그램에 비공개 채널 4개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채널은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거나 괴롭힐 목적으로 타인의 신상정보를 폭로하는 이른바 '박제방'이었다.
검거된 이들은 동네 친구 사이였다. 먼저 A군이 2개의 박제방 채널을 개설해 수익을 내자, 2명도 차례로 채널을 1개씩 추가 개설했다. 이들이 운영한 4개 채널의 총 참여자는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범행을 저지른 때와 비슷한 시기, 같은 혐의로 적발된 10대들은 더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월23일부터 4월17일까지 한국·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 7개국 경찰과 함께 아동성착취물 범죄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이 기간 7개국에서 총 445명이 검거됐고, 이중 225명은 한국 경찰이 잡았다.
붙잡힌 아동성착취 범죄자의 58.7%(132명)가 10대로 확인됐다. 20대(30.7%)와 30대(8.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더욱이 이들 10대 상당수는 단순 소지에 그치지 않고 제작까지 적극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유형별로 보면 아동성착취물 제작이 133명(59.1%)으로 가장 많았고, 소지·시청(22.2%), 유포(18.7%)가 뒤를 이었다.
A군 등이 운영한 박제방 채널. ⓒ연합뉴스
10대가 디지털 성범죄의 주축으로 떠오른 건 비단 최근 일도 아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26년 치안전망'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딥페이크 성범죄로 입건된 피의자 수는 1016명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10대가 606명으로 59.1%를 차지했다. 20대(32.4%)와 30대(6.4%)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연구소는 해당 보고서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합성·편집 기술 확산으로 또 다른 피해 유형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조직적·산업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가해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며 예방 교육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소년 성범죄는 '박제방 사건'처럼 공범 비율이 높고 같은 나이대를 타깃으로 삼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소년범의 성범죄 공범 비율은 12.4%로 성인(3.4%)보다 3배가량 높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서 친구가 31.1%를 차지했는데, 이 역시 성인(8.5%)과 비교해 3배 이상 규모가 컸다.
법조계는 10대 특유의 또래 문화가 기저에 깔려있는 가운데 생성형 AI 기술 발전에 따른 성착취물 제작 편의성 상승과 죄의식 부족으로 이 같은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치로 드러나는 사태의 심각성과 달리 청소년들 사이에선 디지털 성범죄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흰뫼)는 "과거에는 일진들이 몰려 다니면서 나쁜 짓을 하다 문제가 됐다면 지금은 SNS를 통해 여러 형태의 범죄가 나타나고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정 상황도 다양하다"며 "고소득·고학력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고립된 아이들, 엄격한 부모 밑에서 욕망이 과도하게 눌린 아이들도 범죄에 개입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생성형 AI로 인해 기계에 친숙한 청소년들이 딥페이크에 입문하기가 한결 쉬워져 자기들끼리 (성착취물을) 돌려보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기도 힘들고 (가해자는) 죄책감도 잘 못 느낀다"며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일회성이라 하더라도 딥페이크에 대한 처벌 수위도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협의체 3차 회의에서 모두발언 중인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뉴시스
디지털 성범죄 처벌과 관련해 촉법소년 연령 문제도 다시금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미성년자들이 이런 범죄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지만 현실을 법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공론장에서 관련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달 말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는 최종 회의를 열고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만 14세 미만'으로 유지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연령 하향 검토를 직접 지시한 지 두 달 만의 결론이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73년간 이어온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이번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일각에선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에 근접하고 생성형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세대가 중·고등학교 교실을 채우고 있지만, 이들의 범행을 다루는 법 기준은 한국전쟁 직후에 설계된 틀에 묶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 입건 자체가 불가능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할 수 없다. 합성물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공범이 있는지조차 들여다볼 수단이 없는 것이다.
또 일부 가해자는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인지하고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어 문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연령 하향에 대한 찬성 여론은 높다. 협의체 숙의 과정에서도 시민참여단 다수는 하향에 손을 들었다.
다만 범죄학계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형사처벌 기준을 낮추더라도 소년범에 대한 실형 선고는 실제로 거의 이뤄지지 않는 만큼, 범죄 억제 효과보다 낙인 효과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연령을 낮춰 형사 절차에 편입시켜도 결국 법원이 보호처분으로 돌리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고, 이를 일종의 엿보기 놀이처럼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 과정에서 성적 욕구, '남들은 못하는데 나는 할 수 있다'는 우월감, 주변 인물을 대상으로 딥페이크를 제작하며 느끼는 통제 욕구가 충족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오 교수는 "촉법소년임을 인지하고 처벌받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현상을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범죄가 늘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출처와 근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